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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보다 중요한 건 딱 한 가지예요. 인간, 휴머니티죠. 이를 위해서 음악을 통해 어떻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을까를 늘 고민했어요. 외국 생활을 평생 하면서도 갈라진 우리나라에 마음이 아팠고, 음악을 통해 가까워질 수 있을까란 꿈을 갖고 있었어요.”
롯데문화재단이 국내 클래식 음악의 장을 넓히기 위해 지원하는 국내 첫 오케스트라 전문 연주자 양성 프로그램 ‘원 코리아 유스 오케스트라’가 닻을 올렸다. 정명훈 음악감독이 중심이 돼 빈 필하모닉,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등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의 연주자들이 파트별 지도자로 참여했다.
지난 5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원 코리아 유스 오케스트라 창단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정명훈 음악감독은 동료 연주자들에게 “일주일 동안 바쁜 시간을 내서 도와준 친구들이다. 모든 목적이 일주일 동안 젊은 단원들에게 줄 수 있는 모든 걸 주는 것이다. 단원들이 많이 배우길 바란다. 우리의 바람은 그것 뿐”이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정 감독이 이번에 맡게 된 원 코리아 유스 오케스트라는 어린 한국인 연주자들을 양성하는 차원도 있지만, ‘원 코리아’란 단어처럼 남북 관계 회복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기도 하다. 정 감독은 “서울시향에 있었을 때도 이런 일을 하고 싶었는데, 거긴 정치와 직접 연결된 단체였다. 당시 정치적으로 준비가 안 돼 있어서 아무것도 못 했다. 이제는 개인적으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어 기쁜 마음”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서울시향 때와 다르게 특별히 강조하는 부분이 있는지에 대해 정 감독은 “음악가로서 제일 찾는 것이 자유다. 그렇게 하려면 노력과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며 “오케스트라 내에서 연주한다는 건 특히 힘들다. 한편으론 그런 자유가 없어지는 자리다. 또 다른 자유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학생들의 모든 교육 시스템은 자유의 반대인 것 같다. 책에서 배운 대로 외워서 그대로 하면 백점이다. 책을 많이 들여다보는 것은 좋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자유롭게 자기 것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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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 음악과 남북통일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정 감독은 “인간과 동물에게 다른 점이 두 가지 있는데 바로 믿음과 문화다. 그 두 가지를 뺀다면 우린 동물과 다를 바 없다. 먹고 사는 건 아무리 잘해도 동물보다 낫다고 볼 수 없다”며 “말로 표현하기 힘들고 눈앞에 보이지 않는 그런 걸 찾아야 한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을 듣는 사람에게 직접 전할 수 있는 게 음악의 큰 힘”이라고 밝혔다.
원 코리아 유스 오케스트라는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만 18세에서 28세 사이의 음악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단원 선발 참가 신청을 진행했고 500명이 넘는 인원이 지원했다. 오디션은 8월말부터 9월초까지 1,2차에 걸쳐 이뤄졌고 최종 77명의 단원이 선발됐다.
정 감독은 “사실 나이 제한의 범위를 정하는 게 쉽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미래 오케스트라 발전을 위해 어느 정도 개인적으로 공부를 한 학생들을 데리고 하려고 했다. 28살이란 나이는 조금 많긴 하지만 기회를 줄 수 있는 프로젝트를 했으면 했다. 나이보다 중요한 건 단원들이 여기서 좋은 경험을 쌓아 한국 오케스트라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 코리아 유스 오케스트라는 오는 11일까지 정 감독과의 집중 리허설 및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 연주자들과의 파트별 지도를 받은 후 11일 창단 연주회를 진행한다. 연주회에서는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과 지난해 ARD 국제음악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손정범의 협연으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선보인다.
정 감독은 창단 첫 곡으로 베토벤을 선택한 배경에 대해 “베토벤이 무엇을 위해 평생 싸웠냐면 바로 인간의 자유다. 우리 오케스트라가 강하게 할 수 있는 것도 베토벤 음악이라고 생각했다. 베토벤 음악 중에서도 심포니 넘버3가 넘버9와 함께 가장 힘 찬 곡”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정 감독은 “언젠가는 북한의 연주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날이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아무 것도 안 하기엔 시간이 너무 흐른다. 음악은 역사가 있기 때문에 10년 동안 뭐라도 한다면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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