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5원(0.05%) 오른 1062.7원에 장을 마치면서 올 들어 4거래일 연속 1060원선에 머물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연말부터 나타난 원화 강세 바람이 연초에도 거세게 불고 있다.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국민들의 실질소득 증대 등 기대감도 적지 않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 상태다.
지난해 초 1200원을 웃돌던 원·달러 환율이 1년 새 1060원대로 내려앉으면서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지난 5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5원(0.05%) 오른 1062.7원에 장을 마치면서 올 들어 4거래일 연속 1060원선에 머물게 됐다. 1060원선은 2014년 이후 3년 2개월여만에 처음이다.
원화 강세는 우리 경제에 대한 긍정적 시선 때문이다. 최근 원화 가치 상승에는 지난해 이어 올해도 연 3%대 성장에 대한 기대감 등 경기 회복세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국내 증시로의 외국인들의 자금 유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협박으로 인해 우리 외환 당국의 손발이 묶인 점도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리는 하나의 요인이다.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 수출이다. 원화 강세는 한국산 제품을 해외에 팔 때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린다. 쉽게 말해 수출기업들이 수출 대금으로 받은 달러화를 원화로 바꾸는 과정에서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
산업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원·달러 환율이 1% 하락할 경우 국내 제조업체의 영업이익률이 0.05%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한국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통상압박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까지 떨어지면 수출기업의 부담이 가중된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에서 환율 하락을 경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대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원·달러 환율은 1180원 정도"라며 "원화 강세 추세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원·달러 환율의 세 자릿수 진입 여부는 한국 경제의 뜨거운 감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들어 환율이 세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2005년 4월(998.9원)이 처음이었다. 당시 얼마 지나지 않아 네 자릿수로 바뀌었지만 2006년 1월 본격적으로 세 자리 시대를 열었다.
이듬해인 2007년 10월에는 900.7원까지 내렸다. 원·달러 환율은 2008년 4까지 2년여 동안 줄곧 900원대에 머물렀다. 그 뒤로 세 자릿수 환율은 없었다. 고환율을 천명한 이명박 정부가 2008년 들어서면서 환율은 상승했고, 2009년 1분기에는 평균 1418.3원까지 급등했다.
원·달러 환율은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는 지난해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한국 경제가 지난해 못지않은 회복세를 띨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세계 경기 회복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와 달러화 약세 현상마저 가세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는 우리의 경상수지 흑자 폭이 5.5%에 이르는 수준"이라며 "북핵이 안정되고 반도체 수출 호조가 이어진다면 1050원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반면 원화 가치 상승은 국민들의 실질소득을 늘리는 효과가 있고 수입단가 개선으로 내수를 활성화하는 요인으로도 꼽힌다.
원자재 가격 등이 하락하면 기업의 생산비용도 그만큼 절감된다. 설비투자 비용 부담도 완화돼 국내 설비투자도 확대될 수 있다. 물가 안정과 구매력 상승으로 내수가 확대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특히나 현 정부의 강한 내수 확대 기조와 맞물려 어떤 효과를 낼 것인지도 주목된다.
이밖에 원화 강세는 주식시장에도 단기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단기환차익을 노리는 외국투자자본의 국내 유입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또 외국인의 자금 이탈 가능성이 작아지는 효과도 있다.
이재현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화 강세의 순기능 중 하나는 내수부양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라며 "내수에 방점을 둔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에 저환율이라는 재료까지 더해진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의 원화 강세는 대체로 불편한 흐름이라는 시각이 많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에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크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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