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문제가 심상찮다. 각종 청년 고용 대책에도 불구하고 20대 '백수'가 계속 늘어나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걱정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경제관계 장관회의에서 “에코 붐 세대(1991~1996년생)의 노동시장 진입으로 청년 고용 여건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베이부머세대의 자녀인 에코 붐 세대가 취업 시장에 쏟아져 들어오는 시기가 이 정부의 임기(2017~2022년)와 겹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일자리상황판'까지 집무실에 설치했으나 청년 고용 지표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일자리 대통령'을 표방한 문 정부는 고심할 수밖에 없다. 촛불의 또 다른 동력 중 하나가 '청년 일자리'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난 6일에는 종교계와 만난 자리에서 "경제가 거시적으로는 잘 되는데, 청년실업이 심각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반면 50~59세 장년실업률은 1.6%에 그쳤다. 한정된 일자리를 놓고 베이비부머와 청년세대 간 갈등이 불거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미 정부도 ‘2018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구직경쟁이 심화될 것”을 예측하고 있다. 정부는 출범 이후 청년구직수당 신설, '청년내일채움공제' 지원 확대 등의 정책을 쏟아내며 청년 취업을 위한 ‘마중물’ 붓기에 집중했다. 정부는 일자리 사업 예산이 곧바로 집행되도록 범정부적인 재정집행 준비 체계 조기 가동, 부처별 일자리과제 추진 상황 점검, 청년일자리대책회의(가칭)의 별도 개최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새해 국정의 최우선 과제인 일자리 늘리기와 관련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한다는 각오다.
지난달 제자가 보낸 이메일을 받았다. 7년 전 필자의 경제학원론을 수강한 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뉴욕에 있는 회사에 취업했고, 지금은 금융회사로 옮겨 5년째 다니고 있다고 했다. 편지를 중간 쯤 읽다보니 이 학생의 기억이 났다. 그는 수강신청이 조기 마감되는 바람에 신청을 못했다며 그때도 이메일을 보내왔었다. 자신은 7년 째 대학에 다니고 있고, 성적이 좋지 않은 과목을 재수강하며 ‘학점세탁’ 중이라고 솔직하게 밝혔다. 이 과목이 마지막이라며 대기 수강자 명단을 알려 줄 수 없냐면서 자신의 입장을 그들에게 설명해 설득하겠다고도 했었다. 대기자 명단은 없다고 하자 그는 매시간 강의실 앞에서 학생들에게 일일이 수강 포기의사를 물어 봤고, 마침내 수강신청 변경을 통해 수강하게 됐었다. 그는 편지에서 강의실에 들어온 첫날의 상황을 따옴표를 붙여가며 적었다. “저렇게 열심히 하면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통한다. 거기도 다 사람 사는 동네다.” 그가 편지를 보낸 이유는 “교수님의 그 말씀에 자신을 얻어 미국 회사에 바로 지원해 취업했다"라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였다. 그는 출석, 리포트, 시험 어느 하나 흠잡을 데 없어 최고 점수를 받았다.
편지는 길었다. 그는 지금 다니는 투자회사로 옮길 때 대표가 인터뷰를 하면서 “코리안이라서 뽑겠다”고 했다고 적었다. 얼마 전 이유를 물어봤다고 했다. 그 대표가 한 말 때문에 그는 이메일을 보낸다고 했다. ‘몇 해 전에 조지 소로스 강연을 들었다. 그는 한국계 펀드매니저가 가진 특질 여섯 가지를 얘기했다. 첫째는 근면하고 성실하다. 한 번도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았다. 밤이 늦어 찾아도 언제나 바로 전화를 받거나 대답한다. 둘째 가공할 정보력이다. 모르는 게 없다. 자신이 맡은 섹터에 대해 완벽한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있다. 셋째, 숫자 감각이 뛰어나다. 기억력은 두려울 만큼 정확하다. 넷째, 수익률을 다른 펀드 매니저가 따라갈 수 없다. 판단이 옳다고 믿으면 올인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파이팅이 넘친다. 그들을 보며 삶의 활력을 찾는다고까지 말했다. 여섯째, 배신하지 않는다.’ 그 학생은 자신이 잘해서라기보다 선배님들의 덕을 본 것이라고 썼다. 자신의 행동기준이 됐다고도 썼다.
청년실업 대책은 많지만 고민도 많다. 그동안 정권이 바뀌며 수많은 청년 고용 대책이 쏟아졌지만 청년실업률은 전체 평균 실업률(3%대 수준)을 훌쩍 웃돌며 나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는 복합적이고 다양하다. ‘학력과잉’이 대표적이다. 취업 눈높이가 높아져 중소기업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고용은 기업의 몫이다. 강제한다고 되는 일만은 아니다. 대책 중에 간과한 게 있다. 청년들의 자립의지이다. 자기 힘으로 서려는 건 인간의 본능이다. 그들이 장차 무엇이 될지 누군들 알겠나. 보조금만으로 그들을 일으켜 세울 수 없다. 설익은 대책보다 따뜻한 말 한 마디가 더 낫다.
그는 이메일을 마치며 “제 삶인데 제 책임이죠. 누굴 탓하겠어요? 교수님 말씀 듣고 저 혼자 이걸 해냈다는 게 대견했어요. 그걸 자랑하고 싶었어요”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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