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임금의 동남아 지역 인력들이 유입돼 한국 기업보다 경쟁력 있는 금액을 제시할 수 있었다며, 한국 조선업계도 높은 인건비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지적이었다.
의문이 든다. 숙련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동남아 기술자 3명을 시간당 5000원에 고용하는 것과, 1만5000원을 받는 국내 기술자 1명이 일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비용 면에서 더 효과적일까. 만약 국내 조선사들이 다수의 동남아 기술자들을 채용하겠다면 한국 정서상 허용될 수는 있을까. 아마도 현재 인력을 구조조정하는 것보다 더 큰 반대에 봉착할 것이다.
국내 조선사들이 지출하는 연구·개발(R&D) 투자에서 비중이 높은 분야가 자동용접시스템과 로봇이다. 조선산업은 일정 수준의 인력 운용이 필요한 산업이다. 하지만 자동용접시스템과 로봇 등을 도입하면 위험도가 높은 작업공정에 투입해 안전사고를 예방하거나 줄일 수 있고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 실제 가시적인 성과물도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퇴임 인사에서 “올해도 업황에 대한 금융권의 냉정한 시각이 걱정스럽고, 사회의 급격한 변화 역시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여기에 국가적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이나 일본, 싱가포르와의 경쟁도 갈수록 힘겨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조선산업이 당면하고 있는 위기 상황을 가장 잘 대변해주는 말이다.
경쟁국들이 조선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정부 정책 및 금융권 지원, 기업의 노력이 시너지를 발휘했기 때문이다. 특히 시너지가 가능하도록 정부가 ‘컨트롤 타워’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정부 각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조선산업 진흥의 큰 그림을 마련했고, 금융권은 여신 회수에 초점을 맞추는 것보다는 수주 증대를 위해 업체와 보조를 맞추고 기슬개발 투자를 적극 유도했다. 고용의 유연성을 보장해 주는 한편 퇴직직원에 대한 보상 및 재취업 교육 제도를 확대해 기업들의구조조정을 촉진토록 했다.
최근 한국 조선산업이 후퇴하고 있는 이유가 경쟁사와의 경쟁에 밀려서가 아니라, 경쟁국가의 조선산업 정책 때문이라는 푸념이 국내 조선업계 관계자들의 입에서 끊이지 않는 이유다.
지난 3일 문재인 대통령은 새해 첫 산업현장 방문 일정으로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찾았다. 대통령이 조선산업의 당면 현안을 직접 들여다보기 위해 조선소를 방문한 것은 2000년대 들어 처음이다.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경남 통영 성동조선해양과 진해 STX조선해양 조선소를 연이어 방문했다.
연말 연초 대통령과 주무부처 장관이 현장으로 달려간 것은 정부 차원에서 올해를 조선산업 부흥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올 1분기 안으로 ‘조선업 혁신성장 방안’을 발표한다고 한다. 시기가 다소 늦긴 했으나 이제라도 조선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담기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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