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간은 실패할 권리를 지녔다. 그렇지만 실패에는 반성이라는 의무가 따른다”
일본 혼다(HONDA) 자동차의 창업주인 혼다 소이치로가 생전에 남긴 말이다.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 것을 강조해온 그의 이같은 뚝심은 작은 자동차 수리소를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기반이 됐다.
#2“실패는 하나의 옵션이다. 만약 실패를 하지 않았다면 당신이 충분히 혁신적이지 않은 것이다”
제2의 스티브잡스로 평가받고 있는 테슬라모터스의 엘런 머스크가 남긴 명언이다. 그가 말하는 실패는 성공이라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다.
유휴자원을 공유하는 공유경제가 확산되면서 이제는 실패도 공유하는 시대가 왔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하는 아젠다를 발표하면서 실패 경험을 공유하는 ‘페일콘’(FailCon)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페일콘은 지난 200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시작됐다. 실패(fail)와 콘퍼런스(conference·회의)를 합성해 행사명을 따왔다. 창업가와 투자자 등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실패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다. 현재는 전세계 6개 대륙, 12개 도시에서 열리고 있다. 페일콘 설립자인 카산드라 필립스는 당시 ‘모든 것이 망해갈 때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와 같은 주제를 놓고 전문가들과 토론을 가졌다.
다수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성공하는 경영진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사정은 어떨까?. 답은 명확하다. 우리나라에서 실패는 사회적‧경제적 사형선고와 다름없다. IBK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 설문결과 대학생들은 졸업 후 취업에 나설 것이란 응답이 78.8%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창업은 6.1%에 불과했다. 이유로는 ‘실패에 대한 높은 위험부담’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사업에 실패하면 그만큼 재기가 어렵다는 인식이 깊게 깔려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에서의 창업은 가시밭길과도 같다.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연평균 창업은 77만개였고 폐업은 69만개에 달했다. 5년 생존율은 27.3%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7개국 중 최하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재취업이 어려운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이 창업시장으로 대거 이동중이다. 그만큼 실패를 경험할 인구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페일콘으로는 중소벤처기업부가 메년 열고 있는 ‘재도전의 날’이 있다. 지난해까지 총 4회째 열린 이 행사는 사업실패 후 재도전하는 기업인을 격려하고, 국민들의 실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전환할 목적으로 매년 열리고 있다. 하지만 실패한 이유와 정보를 교환하기 보다 시상식 및 단체 모임적인 성격에 그치고 있어 다소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이 최근에 가진 한 강연에서 “한국에도 제대로 된 페일콘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은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도 실패 기업인들을 지원하고 있지만 아직은 미흡한 점이 많다. 특히 사업자금의 융자규모를 확대하거나 아예 융자가 아닌 투자금을 조달받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가시적인 성과도 보이고 있다. 지난해 7월 중기부가 내놓은 ‘재도전 지원기업 성과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정부의 재도전 사업 지원을 받은 965개 기업의 2년 생존율은 83.9%로 나타나 일반 창업기업의 2년 생존율(47.5%) 대비 두 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 벤처기업 관계자는 “우리나라 창업시장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지만 창업가들의 철저한 준비가 가장 우선시 돼야 한다”면서 “페일콘 같은 모임이 정기적으로 열릴 경우 정보부족 해소 및 재창업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어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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