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 꿈꿨던’ 이정민 “하고 싶은 골프? 이젠 할 수 있는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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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교 기자
입력 2018-01-08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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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며 인터뷰하고 있는 이정민. 사진=한화큐셀 제공]

“선수들은 누구나 자신이 하고 싶은 골프가 있다.”

모처럼 취재진 앞에 앉은 이정민이 슬그머니 꺼내놓은 고민거리다. 누구나 그렇듯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선택지가 그를 괴롭혔다. 지난해 남몰래 겪었던 속앓이기도 했다. 이정민이 약 22개월 동안 우승 없이 심각한 부진에 빠진 결정적 이유다.

2011년 데뷔해 올해로 9년차를 맞는 이정민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8승을 올렸다. 특히 2014~2016년 3시즌 동안 6승을 몰아쳤다. 실력, 인성, 인기 등 삼박자를 모두 갖춘 골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정민은 여전히 팬들이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선수로 손꼽힌다. 새로운 후원사를 만난 이정민이 새로운 각오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다. 웃으며 재기의 의지를 다지는 표정만으로도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 4일 창단한 한화큐셀 골프단 멤버로 2018년을 열었다.

이정민은 2016년 3월 중국 하이난다오에서 KLPGA투어, 유럽여자프로골프, 중국여자프로골프투어 공동 주관으로 열린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우승 이후 부진의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지난해 총 22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무려 13개 대회에서 컷 탈락의 아픔을 맛봤고, 상금랭킹도 81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12월 열린 2018시즌 KLPGA 투어 첫 대회에서도 컷 통과를 하지 못했다.
 

[한화큐셀 골프단에 새로운 멤버로 합류한 이정민. 사진=한화큐셀 제공]

“작년 초반에 대회를 거의 못 나갔다. 몸이 안 좋은 것도 이유가 있었고….” 이정민의 부진이 길어진 진짜 이유는 더 완벽한 샷을 향한 욕심 탓이었다. “하고 싶은 스윙을 하려고 새롭게 바꾸려다가 실패를 한 것 같다. 선수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골프가 있다. 작년에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긴 슬럼프를 통해 얻은 소득이다.

이정민은 평소 동경하던 남자골프 전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호주)의 샷을 꿈꿨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좋았던 샷만 잊어버린 셈이 됐다. 결론은 실패였다. “제이슨 데이를 좋아한다고 해서 그렇게 칠 수 있는 것이 아니더라. 그건 그냥 내가 바라는 것이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정민은 “전지훈련 때 다시 내 것을 만드는 연습을 충분히 하고 돌아올 계획”이라고 다짐했다.

이정민은 지난 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약 2개월 일정이다. 이번 전지훈련 목표는 확실하다. 잃어버린 ‘이정민 샷’ 찾기다. “아이언 샷이 예전에 좋았는데 정교함이 많이 사라졌다. 그것을 살리려고 한다. 퍼팅은 원래 잘하는 선수가 아니어서 갑자기 잘할 수는 없다. 미들 퍼팅을 하나라도 더 홀에 떨어뜨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올해 든든한 후원사와 새로 손을 잡은 것도 이정민의 재기 의지에 힘을 불어넣었다. 전신 한화 골프단은 지난해 창단 이후 최다 우승인 10승을 합작했다. 이정민은 “내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도 작년에 (한화에서) 제안을 해서 솔직히 많이 놀랐다”며 “팀의 좋은 기운을 받아 열심히 해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이정민은 솔직한 성격대로 올해 목표를 묻는 말에는 냉정했다. “나도 솔직히 우승하면 좋겠지만, 우승이 내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올해 목표를 1승이라고 말씀 드릴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내가 만족하는 플레이를 하는 것이 목표다.” 그동안 스스로 만족하는 플레이를 하면 우승을 해왔단다. “올해는 만족하는 플레이가 많이 나오도록 노력하겠다.” 이정민의 머쓱한 웃음 뒤 비친 기대에 찬 당당한 표정에서 지난해 나돌던 ‘은퇴설’은 한동안 마음 깊숙이 넣어둬도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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