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나 백화점 내 향수, 매니큐어, 디퓨저 등 제품이 만일의 화재 때 불씨를 더욱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작년 8~11월 4개월간 시내 대규모점포 98곳의 생활화학제품 전수조사 결과를 9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일상에서 아무런 의심 없이 사용하는 화장품, 향수, 손소독제, 벌레기피제 등의 604종이다.
조사 결과 311종이 인화성‧발화성 등 성질이 있어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른 위험물로 확인됐다. 손소독제, 향수, 매니큐어, 리무버, 헤어오일, 방향제, 차량연료 첨가제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서도 고위험군(인화점 40℃ 이하로 상온에서 작은 점화원에도 불이 붙는 것)은 제품은 195종이었다. 주요 제품의 인화점은 손소독제 20~31도, 향수 16~23도, 디퓨저 17~126도, 매니큐어 10도, 차량연료 첨가제 14~174도 등이다.
현재 백화점, 대형마트 등 대규모점포에는 위험물이 포함된 것과 그렇지 않은 일반제품이 무분별하게 혼재된 채로 진열돼 판매 중인 실정이다.
소방재난본부는 이런 점포에서 사소한 부주의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뒤섞인 위험물 때문에 연소 확대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대규모점포 위험물 저장‧취급소 설치 및 위험물 안전관리자 선임 △화재위험물품 유통사업장 안전관리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실효성 있는 안전관리 대책을 추진하고, 관련 법령 개정을 정부에 건의한다는 계획이다.
정문호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장은 "그간 뚜렷한 규제 없이 생활 편의와 수요에 맞춰 만들어져 판매된 제품들에 화재로부터 취약한 위험물이 담겨있단 게 확인됐다"며 "판매자와 사용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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