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 만에 성사된 남북 간 고위급 회담 개최에 대해 외신들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CNN은 "지난해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핵 도발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한 대북 수사법이 더해져 긴장이 고조됐다"며 "이번 남북 회담을 계기로 남북 관계는 물론 북·미 관계에도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회담 장소인 판문점의 의미와 그간의 남북 회담 일지 등을 비교적 자세히 다루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과 BBC는 "북한 측이 이번 회담을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에 선수단을 파견하겠다는 획기적인 입장을 공식화했다"며 "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동계 올림픽에 동반 출격하는 것은 지난 2006년 이후 처음인 만큼 남측의 이산가족 상봉 제안이 수용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고 분석했다.
미 시사전문지 타임지는 '북한의 올림픽 회담은 작지만 성공적이다'라는 제호를 통해 "북한 선수단이 올림픽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크게 감소했다"며 "정권의 생존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는 북한이 미국이나 동맹국을 공격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은 핵 억지력이 효과를 내는 셈"이라고 전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한 뒤 양국은 훈련 시기를 올림픽 이후로 연기했다"며 "미국과 일본은 남북 대화를 환영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이 약해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동계 올림픽 참가 의사를 공식 표명한 북한이 올림픽 참여에 대한 대가로 한국과 국제사회에 무엇을 요구할지 주목된다"며 "한·미 군사훈련 연기가 아닌 중단 또는 축소를 요구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고 전했다. 이번 회담이 이산가족 상봉과 개성공단 재개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도 언급했다.
일본 정부는 남북 회담 성사를 환영하면서도 대북 압력 방침은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동계 올림픽·패럴림픽은 평화의 제전으로, 북한의 태도 변화는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지역의 평화와 안전에 위협을 주는 만큼 한·미·일 동맹, 미·일 동맹을 토대로 모든 수단을 강구해 대북 압력을 가하겠다"고 밝혔다고 NHK는 전했다.
중국 주요 언론들도 이번 회담이 한반도 긴장 완화에 대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였다.
관영언론인 중국중앙(CC)TV는 9일 오전 10시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 소식을 생중계했다. 한국 시민반응, 전문가 분석 등을 전하고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와 북한 응원단 동원 여부 등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은 이날 한국 주요언론의 관련 보도내용과 남북 회담 성사 배경, 과거 남북관계 변화 등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오랜 공백기간을 끝내고 한반도의 새로운 국면을 열기 위한 전환점을 맞았다며 기대감을 보이는 동시에 "과거에도 개선 조짐이 있었지만 상호신뢰가 부족해 한국이 미국에 소외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이번에도 상호신뢰 회복이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인민일보는 "회담이 실질적 성과를 거둘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일단은 일촉즉발 위기의 한반도가 평화를 위한 길을 열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5일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중국은 남북관계 개선과 이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환영하며 유관국이 이러한 변화의 기회를 제대로 포착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며 현 상황을 바탕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야 한다"고 신문은 목소리를 높였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의 인터넷판인 환구망(環球網)은 이날 온라인 홈페이지 메인에 남북 고위급 회담 사진을 걸었다. 사진에는 '758일 만에 마주 앉은 남북'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환구망은 "평화의 집에서 평화의 꽃을 피울 수 있을지 기대된다"면서 이번 회담을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회담"이라고 평했다.
회담 후 미국의 움직임에는 경계심을 보였다. 환구망은 "미국이 남북한의 대화를 외부에서 지켜봐야 하는 상황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평창 올림픽 개최 이후 한·미 연합훈련이 예정돼 있어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핵개발에 제동을 걸려는 미국의 움직임도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담 개최 전날인 8일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중국은 한반도의 이웃국가로 한국과 북한의 관계 개선을 위한 적극적 행보를 환영하며 관련국의 적극적 지지를 촉구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남북한이 함께 노력해 긴장국면에서 벗어나고 상호신뢰를 증진해 대화·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이를 위해 노력했고 긍정적 역할을 해왔음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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