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위안부 합의안 결국 ‘절충안’ 선택…파기·재협상 요구 안 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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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18-01-0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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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위안부 합의 처리 방향 발표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 처리 방향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18.1.9 utzza@yna.co.kr/2018-01-09 14:29:07/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정부가 한·일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양국의 합의를 파기하지 않되, 내용 그대로 수용하거나 이행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

피해자 중심 접근이라는 ‘원칙’과 한·일 관계를 동시에 고려한 ‘절충안’으로 평가될 수도 있지만, 이도저도 아니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9일 오후 2시 외교부 청사에서 위안부 합의 처리 방향을 담은 A4 용지 2페이지 분량의 발표문을 담담하게 읽어나갔다.

강 장관은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2015년 합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진정한 문제해결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2015년 합의가 양국 간 공식합의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 “이를 감안해 우리 정부는 동 합의와 관련, 일본 정부에 대해 재협상은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015년 12월 28일 이뤄진 양국 간 합의에 따라 일본이 10억엔(약 107억원)을 출연해 만들어진 화해·치유재단을 당장 해산하지는 않고, 일부 피해자 측이 요구하는 ‘10억엔’ 반환도 보류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가 피해자 지원을 위한 화해·치유재단에 출연한 10억엔은 우리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고, 기금 처리는 향후 일본과 협의하기로 했다.

강 장관은 “일본이 스스로 국제보편 기준에 따라 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피해자들의 명예·존엄 회복과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 줄 것을 기대한다”면서 “피해자 할머니들께서 한결같이 바라는 것은 자발적이고 진정한 사과”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사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한·일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며 “정부는 진실과 원칙에 입각해 역사문제를 다뤄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강 장관이 밝힌 발표문은 위안부 피해자들과 우리 국민이 제기한 문제의식에 대한 정부 차원의 최소한의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일(對日) 요구보다는 합의에 따른 국내적 ‘상처’를 치유하는 쪽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초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의 ‘한·일 위안부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의 발언으로 합의안 파기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정부의 선택은 절충안이었다.

이는 한·일관계에 미칠 파장과 일본이 재협상에 응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상황 등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는 이미 위안부 합의 등 역사문제와 기타 한·일관계 발전 및 양국 간 협력을 병행 추진한다는 대일 ‘투트랙’ 기조를 내세운 바 있다.

합의를 파기할 경우 일본의 거센 반발로 이 같은 투트랙 기조를 실행하기 어렵다는 점, 재협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 등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절충안 선택에도 불구하고, 위안부 합의는 한·일관계에 불씨로 계속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위안부 합의에 포함된 ‘최종적·불가역적 해결’과 관련해 양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일본에서는 합의를 절대시하고, 한국에서는 사실상 ‘사문화’하는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난달 27일 외교장관 직속 위안부 합의 검토TF의 보고서 발표가 있은 지 13일 만에 정부 입장을 발표하는 것은 예상보다 빠르다는 분석도 나왔다. TF보고서 발표에 즈음해서는 평창올림픽 이후로 정부 입장 정리가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기 때문이다.

한 대일외교 전문가는 “우리 외교의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하려는 포석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면서 “어차피 한·미·일 3국을 중심으로 한 북핵 관련 공조가 병행돼야 한다는 큰 틀에서 대일관계 회복을 위한 노림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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