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는 세계경제 흐름과 무역 영향을 많이 받는다. 수출이 경제성장을 좌지우지하다 보니 환율에도 민감하다. 그런데 거대 수출시장이자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미국이 이러한 조치를 펼치자 충격을 받은 것이다.
공교롭게 47년이 지난 지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현실화하고 있다. 동시에 경제정책 핵심을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약달러-세금’으로 뒀다. 자국 기업 세금은 깎아주고, 달러 가치를 낮춰 수출 시 이득을 많이 챙겨주기 위해서다.
이는 반대로 미국에 수출하는 기업에 악재로 다가온다. 자국 기업을 보호하다 보니 낮은 가격으로 경쟁력을 갖춰 물건을 파는 외국기업에 견제구가 던져지기 때문이다.
미국은 8건의 수입규제를 새롭게 개시해 우리나라 대상 최대 수입규제국(31건)이 됐다. 최근 미국은 16년 만에 세이프가드를 부활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미국은 중국 다음으로, 두 번째로 큰 우리나라의 수출시장이다. 미국 수입규제 등 조치가 강화될 경우 우리나라 산업과 수출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달러 가치를 낮추려는 미국의 움직임도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원화가치 상승)하면 물건을 팔아도 기업 이익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수출 거래 대부분은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이다.
무역협회가 연 수출실적이 50만 달러 이상인 514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48.4%가 ‘환율 변동’을 기업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지목했다.
‘환율-세금’을 움직이려는 미국 정책은 과거 닉슨쇼크 때와 유사하다. 당시 우리나라는 한 분기 만에 경제성장률이 절반으로 쪼그라들었다.
1960년대 중반부터 연 10%를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고, 1971년 3분기도 11.3% 성장했지만 닉슨쇼크가 반영된 같은 해 4분기는 6%, 이듬해 1분기는 5.3%로 고꾸라졌다.
트럼프 대통령 경제정책이 과거 닉슨쇼크와 비슷한 양상이라는 점에서 또 한 번의 충격파가 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3년 만에 3%대 성장률을 되찾았다. 최근 내수가 꿈틀거리고 있어 성장세 유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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