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11일 첫 손해배상 소송···관련 피해 입증이 관건
10일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이하 소비자주권)에 따르면 이 단체는 11일 미국 애플 본사와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다. 소송 참여고객은 150명이며, 손해배상 청구액은 기기 평균 가격과 위자료를 합쳐 1인당 220만원 수준으로 산정됐다. 소비자주권은 1차 소송에 이어 추가 소송을 계속 제기하기로 했다.
이번 소송의 관건은 애플이 판매량을 높이려고, 업데이트를 통해 고의로 배터리 성능을 떨어뜨렸는지를 입증하는 것이다. 아이폰 사용자들이 이로 인해 어떤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당했는지도 객관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애플이 구형 아이폰의 성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의혹은 지난달 초 미국 뉴스웹사이트 레딧을 통해 처음 제기됐다. 구형 아이폰에서 아이폰 운영체제인 iOS의 처리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는게 주 내용이었다. 이후 정보기술(IT) 기기 성능 테스트 전문매체인 긱벤치도 아이폰6S와 아이폰7을 조사한 결과 배터리 수명이 줄면 성능도 같이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애플은 “아이폰에 탑재된 리튬 이온 배터리가 잔량이 적거나 주변 온도가 내려갈 때 예기치 않게 꺼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 아이폰6, 아이폰6S, 아이폰SE, 아이폰7에 전력 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소프트웨어(SW) 업데이트를 실시했다”며 “의도적으로 애플 제품의 수명을 단축하거나 사용자 환경을 저하해 고객 업그레이드를 유도하지 않았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아이폰6, 아이폰6S 등 구형 모델을 쓰는 소비자들은 애플의 이 같은 조치로 인해 송금 실패, 애플리케이션 중지, 사진 촬영·음악 중단 등의 피해를 봤다고 호소했다. 현재 '배터리 게이트'로 인한 소송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 프랑스, 호주 등 전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중이다.
만약 애플이 의도적으로 성능저하를 저질렀다는 점이 인정되면 사회적 비난과 함께 미국과 같이 징벌적 손해배상이 이뤄지는 나라에서는 배상액이 천문학적으로 뛸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 갑질 괘씸, 소송 끝까지 할 것"···소송 참여자 36만명 돌파
애플의 공식 해명과 별개로 국내에서는 관련 손해배상 청구가 줄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폰6를 3년째 사용하고 있는 직장인 노모씨(32)는 “아이폰 성능이 저하될 것을 알고 있었는데도 업데이트를 사전에 고지하지 않은 것은 소비자를 상대로 사기를 친 것과 같다”라며 “애플이 새 아이폰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성능 저하를 저질렀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소송에 참여한 허모씨(37) 역시 “배터리를 교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데, 기기 성능을 저하시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태”라면서 “처음 의혹이 제기됐을 때부터 현재까지 보인 애플의 태도가 너무 성의가 없고 괘씸해 꼭 소송을 통해 소비자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법무법인도 관련 소송전에 적극적이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아이폰 성능저하 업데이트’ 은폐사건에 대한 집단소송 참여자를 11일까지 모집한 뒤 이달 중으로 구체적인 위임 절자를 거쳐 소송을 시작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모인 집단소송 참여 희망자는 약 35만3000명에 달한다.
조계창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손해를 입은 부분을 얼마나 입증하는지가 소송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이번 소송은 다국적 기업인 애플이 소비자에게 보여온 무성의한 태도를 시정하는 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법무법인 휘명에서도 소송 참여자를 모집중이다. 지난달 27일부터 시작한 아이폰 집단소송 희망 참여자는 현재 5600명을 넘어섰다. 1인당 배상액은 50만원 수준이다. 휘명 측은 이번 주 내에 1차 소송 참가자를 위한 소장을 접수하고, 향후 참여 인원에 따라 순차적으로 소송을 진행한다.
박휘영 변호사는 “이번 사안은 손괴죄,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죄 등에 해당하는 사안으로 경우에 따라 형사고소도 가능하다”며 “형사적으로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만큼 민법상 불법행위로 손해배상청구를 하거나 계약상 채무 불이행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