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마틴 페이스북 통신정책 담당 부사장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를 잇따라 방문하면서 국내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들과의 망사용료 갈등이 해결 조짐을 보이고 있다.
10일 마틴 부사장은 과천정부청사를 방문해 김용수 과기정통부 제2차관, 이효성 방통위 위원장 등과 만나 지난해 불거진 SK브로드밴드와의 망사용료 이슈를 포함한 정보통신기술(ICT) 정책 전반에 대해 논의했다. 마틴 부사장은 2005년부터 5년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을 맡은 미국 통신업계 거물이다. 페이스북에는 지난 2015년 합류했다.
페이스북은 SK브로드밴드와 망 사용료를 놓고 갈등을 이어왔다. 페이스북이 콘텐츠 트래픽 증가를 이유로 SK브로드밴드 측에 캐시서버 설치를 요구하고, SK브로드밴드는 망사용료를 요구했지만 협상이 결렬됐다. 이에 페이스북은 지난 2016년 말부터 SK브로드밴드 이용자들의 접속경로를 홍콩으로 임의 변경해 이용자들이 페이스북 서비스 속도가 저하되는 일이 벌어졌다.
양사의 갈등을 계기로 국내-해외 플랫폼간 역차별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네이버는 지난 2016년 734억원의 망사용료를 지불한 반면, 페이스북은 국내 ISP 중에서는 KT에 망사용료로 100억원 가량을 지불했다. 페이스북은 트래픽 규모가 네이버의 5배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마틴 부사장은 이날 이효성 위원장과 두 시간여 동안 대화를 나누며 “국내 ISP들과 긴밀이 협력할 계획”이라며 “망사용료에 대해서도 국내 ISP와 상호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도록 성실히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접속경로를 임의로 변경한 이유에 대해 "지난 2016년 망상호접속 제도가 변경되며 대가정산기준이 바뀐 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은 국내 ISP업체와 망사용료 협상을 위해 화상회의를 진행하고, 내달 개최되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도 관련된 협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마틴 부사장은 수익을 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하기로 한 25개 국가에 한국도 포함된 만큼, 2019년부터는 성실히 세금을 내겠다고 확답했다. 또한 판교에 ‘이노베이션 랩’을 개설해 국내 중소기업·스타트업을 육성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방통위 방문에 앞서 김용수 과기정통부 2차관과의 면담에서도 망사용료가 의제로 올랐다.
김 차관은 “최근 해외 콘텐츠사업자(CP)가 국내 ISP에게 지불하는 망사용료가 국내 CP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역차별 이슈가 제기되고 있다”며 “페이스북이 우리나라의 우수한 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국내 이용자와 망 사업자를 존중해 적정한 망사용료를 지불하는 방향으로 페이스북의 정책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페이스북 코리아 관계자는 "면담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국내 사용자들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협력관계를 강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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