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서 남북 함께 들 가능성있는 한반도기, 이 깃발 만든 쪽은 남일까 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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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무 기자
입력 2018-01-1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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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63년 IOC가 현재와 유사한 한반도기 제안

  • 1991년 현정화-리분희 출전한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첫 선

[사진=연합뉴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12년 만에 하늘색 한반도기를 볼 수 있을까. 북한이 9일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에 따르면 우리 측의 공동 입장 제안에 북한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공동 입장이 성사될 경우 남북 선수단은 한반도기를 들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흰색 배경에 하늘색 한반도가 그려진 깃발. 한반도기는 그 자체로 지구상의 마지막 분단 국가인 남북한의 평화와 화합을 염원하는 상징이다. 태극기도, 인공기도 아닌 한반도기를 처음으로 구상한 이는 누구일까.

한반도기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외교부가 1963년 2월 8일 작성한 '전한(全韓) 단일팀 구성 로잔 회담 보고' 문건에서 확인된다. 남북은 1964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스위스 로잔에서 만난다. 앞서 동·서독이 1956년 멜버른올림픽에 단일팀으로 참가하자 이에 자극을 받은 것이다.

단일팀의 단기와 단가를 정하는 과정에서 한동안 양 측은 간격을 좁히지 못했다. '아리랑'을 단가로 정하는 것에는 합의했지만 단기가 문제였다. 외교부 문건에는 당시의 실랑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1964년 IOC의 첫 번째 단기 중재안과 북한의 1안. IOC의 2번째 제안과 북한의 수정안(차례대로).[편집=백준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남북이 단기를 두고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오륜기 밑에 'KOREA'라는 문구를 넣은 중재안을 내놓는다. 남북 모두 이를 거부한다. 남한은 태극기를 고수했고, 북한은 한반도와 오륜기가 겹쳐있는 모양의 깃발을 제안한다. IOC는 북한의 제안에 "나쁘지 않다"는 입장이었지만 남한의 반대로 무산된다.

IOC는 두 번째 중재안을 내놓는다. 오륜기 밑에 'KOREA'라고 적힌 것까지는 1안과 동일했으나, 양쪽 상단에 각각 남북을 상징하는 태극과 별 모양을 삽입한 점이 다르다. 북한은 별 모양에 원을 삽입한다는 조건으로 동의했다. 남한은 여기에도 반대했다.

결국 IOC가 나서서 현재의 한반도기와 흡사한 도안을 제시한다. 에이버리 브런디지 당시 IOC 위원장은 "단 한 가지 남은 문제는 국기 문제다. 어느 측도 다른 쪽의 국기를 들고 나가려 하지 않고 있어 우리는 쌍방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국기를 제안했다. 그것은 한반도 전체의 지도를 그린 기"라고 밝혔다고 동아일보가 같은 해 2월 28일 보도했다. 협상은 결국 결렬됐다.

지금의 한반도기가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990년이다. 베이징 아시안게임에 남북 단일팀 구성을 위한 회담 테이블에서도 양쪽의 '밀당'이 이어졌다. 참여정부 출신인 김인철 인제대 교수는 저서 '냉전의 추억'을 통해 당시의 논의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남쪽은 1차 회담에서 흰색 바탕에 녹색 한반도 지도와 그 아래 영어로 'KOREA'를 표기하자고 제안했다. 북쪽은 이에 반해 흰색 바탕에 황토색 한반도 지도와 그 아래에 청색 또는 적색으로 고려의 영어 표기인 'KORYO'를 표기하자고 제안했다. 남북 양쪽 모두 흰색 바탕에 한반도 지도를 넣자고 제안한 것이다. 지도의 색깔만 달랐다. (…) 남북한은 명칭 표기 없이 흰색 바탕에 하늘색 지도를 넣은 한반도기에 합의할 수 있었다."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한 현정화-리분희 복식조. [사진=연합뉴스]


아시안게임 단일팀 구성은 성사되지 못했으나 합의는 그대로 유지됐다. 이토록 어렵게 탄생한 한반도기는 다음해인 1991년 일본 지바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공식적인 첫 선을 보인다. 현정화-리분희 복식조가 중국 대표팀을 꺾고 금메달을 따낸 바로 그 대회다.

이후 한반도기는 1991년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2000년 시드니올림픽,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2004년 아테네올림픽 등에서도 펄럭였다. 그러나 2006년 토리노올림픽 이후 남북 관계가 경직되면서 자취를 감췄다. 하늘색 깃발이 평창에서 한반도 해빙의 물꼬를 틀 수 있을까.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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