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금껏 골프를 치면서 비거리에 대한 욕심을 단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
박인비는 지난 1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던롭 ‘젝시오X(텐)’ 출시 행사에 참석해 이 같이 밝혔다. 여기까진 놀라운 발언은 아니다. 박인비는 비거리 욕심을 내는 장타자 유형의 골퍼가 아니다. 특유의 스윙 자세와 템포는 박인비가 갖고 있는 독보적인 장점이다. ‘골프광’으로도 잘 알려진 미국프로농구(NBA) 슈퍼스타 스테판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가장 배우고 싶은 스윙 템포이기도 하다.
박인비가 뜻밖의 말을 던진 건 그 이후다. “요즘은 비거리에 대한 욕심이 조금씩 생긴다.” 박인비가 비거리 욕심을 낸다고?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왜 비거리에 욕심이 났을까. 최근 후배들의 기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세계 골프의 추세도 무시할 수 없다. 박인비는 “난 예전과 똑같이 치고 있는데, 내 위치는 점점 내려가서 중간에 있더라”고 털어놨다. 코스에 대한 변화도 생각의 전환에 한 몫 했다. “해를 거듭하면서 코스 전장도 길어지고 어려워진다. 비거리가 많이 나면 더 유리한 것은 당연하다.”
박인비가 올 시즌 임하는 자세가 조금은 남다른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몸 상태가 좋다. 2016시즌 부상으로 고생을 하면서 지난해까지 여파가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부상에서 완전히 자유롭다. 박인비는 “컨디션도 좋고 몸 상태도 좋다. 지금은 부상에서 완벽히 벗어나 마음 편하게 훈련할 수 있다”고 웃었다.
또 새로운 장비도 갖춘다. 드라이버 교체다. 후원사인 던롭의 신제품 ‘젝시오X’ 드라이버로 바꿔 비거리 향상도 노린다. 박인비는 “새 드라이버를 받아서 한 번 쳐 봤는데 비거리가 더 늘어난 느낌을 받았다”며 “전지훈련 기간 잘 적응해 편안함과 함께 비거리까지 선물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또 웃었다. 던롭스포츠코리아의 테스트 분석에 따르면 기존 드라이버보다 5야드의 비거리 향상을 기대해도 좋다.
박인비가 시즌을 앞두고 추가로 대비하는 것들도 있다. 체력 훈련은 기본이고, 최근 4~5개월 동안 경기를 많이 치르지 않아 실전 감각을 익히는 데 중점을 둔다. 최대 강점인 퍼트 연습도 충실히 할 계획이다. 박인비는 “지난해 퍼트가 아쉬웠다. 좋은 퍼팅감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퍼트 연습을 더 해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인비는 이날 오후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올해 첫 참가 대회는 3월 1일부터 나흘간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HSBC 위민스 챔피언스로 정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유일하게 우승했다.
박인비의 올해 목표는 메이저 대회 승수 추가다. 박인비는 가장 욕심이 나는 메이저 대회에 대해 “US오픈”이라고 잘라 말했다. “US오픈은 항상 우승하고 싶은 대회다. 코스 세팅도 잘 맞고 진짜 경기를 하는 기분이 드는 대회다.” 박인비는 2008년과 2013년 두 차례 US여자오픈 정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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