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冬夏閑談)] 꽃들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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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희 전통문화연구회 번역실장
입력 2018-01-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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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현희 전통문화연구회 번역실장

꽃들은 들쑥날쑥 비스듬히 자란 게 정제된 모습이다.
(花以參差攲斜爲齊整, 화이참치기사위제정)
- 박지원(朴趾源·1737~1805) 

같은 꽃이라도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모양도 다르고 색도 다르다. 어떤 것은 키가 크고 어떤 것은 키가 작다. 왼쪽으로 비스듬히 자라는 것도 있고 오른쪽으로 비딱하게 자라는 것도 있다. 저마다 타고난 대로 자유롭게 자라는 그 모습에서 부자연함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는다. 바로 이런 모습에 정제(整齊)되고 균제(均齊)된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으리라.

꽃들의 세상에서는 오히려 인위적인 손길이 닿을 때 부자연하게 된다. ‘오리의 다리가 짧다지만 이어주면 슬퍼하고, 학의 다리가 길다지만 잘라주면 슬퍼한다’는 장자(莊子)의 말처럼, 사람의 기준으로 자로 잰 듯 일률적으로 다듬는 것은 자연의 조화(造化)를 거스르고 정제미(整齊美)를 해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꽃들의 세상과 사람들의 세상은 다르지 않을 터, 사람들의 세상에서도 하나의 잣대만 들이대어 그 잣대에 맞춰 살라고 강요한다면, 그 세상은 얼마나 단조롭고 삭막하겠는가? 그런데도 어떤 이들은 자기의 잣대에서 한 치라도 어긋나면 비난의 화살을 쏟아붓곤 한다. 대상이 누구든 남녀노소(男女老少)를 불문하고.

얼마 전 ‘자유’라는 간판을 단 정당에서 초등학생의 그림에 종북(從北) 딱지를 붙였다. 사람들의 세상을 꽃들의 세상처럼 아름답게 그린 그림에 대한 모독이자, ‘자유’와는 영 딴판인 행태였다. 자유를 부정하는 그들이야말로 ‘ㅈㅂ’이 아닐지?

심지어 ‘인공기가 태극기보다 위에 있어 충격!’이라는 말에서는 실소(失笑)를 금할 수 없었다. 아이의 시각에서 그림을 볼 수는 없었을까. 지도를 펼쳐보면 그 아이가 왜 인공기를 위에 그렸는지 바로 이해될 터. 저러다가 지도에서 북한을 잘라 제주도 밑에 붙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서열화된 상하(上下) 개념밖에 모르는 그들에겐 위에 있으면 무조건 높이고 떠받드는 것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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