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인사이트] 계속 '지진 안전지대'로 남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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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규 보험개발원장
입력 2018-01-12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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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성대규 보험개발원장]

인류의 최초 지진 관측은 1889년 독일이 일본열도 지역의 지진을 기록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1978년 충남 홍성지진부터 관측을 시작해 역사가 짧다. 이후 2015년까지 규모 4.0 이상의 지진 발생은 연평균 1.2회 수준이다. 규모 5.0 이상의 지진은 총 6회 발생했다. 지난 40년간 공포를 느낄 만한 지진은 드물었고, 소위 지진 안전지대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15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불과 몇 초 사이에 오래된 아파트는 물론 새 아파트의 벽까지 갈라지고 기울어졌다. 규모는 경주 때보다 약했으나 피해액은 10배 이상 컸다. 최근 들어 지진 발생주기가 짧아지고 크기도 커지고 있다. 큰 지진의 역사를 더 이상 삼국사기나 조선왕조실록에서 찾지 않아도 될 실정이다.

2011년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규모였던 동일본 대지진(규모 9.0)은 가옥 39만 가구를 파괴했고 4만명의 사상자를 냈다. 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규모 7.8)은 무려 436만 가구의 가옥 피해와 46만명의 사상자를 냈다. 왜 동일본 지진에 비해 규모가 1 이상 작은 쓰촨성 지진 때 훨씬 더 참혹한 피해가 발생했을까. 그 지역 건물들의 내진구조 취약성이 주요인으로 밝혀졌다.

지진 발생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따라서 피해의 최소화를 위한 대책으로 건물의 내진설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1988년 건축법상 내진설계 의무기준을 최초로 도입했다. 당시 6층 이상 또는 연면적 10만㎡ 이상 건축물이 대상이었다. 2015년부터 3층 이상 또는 연면적 500㎡ 이상으로 엄격해졌다.

내진설계 대상은 꾸준히 강화됐으나 전체 주택의 내진율은 6.9%(공동주택 42.8%, 단독주택 3.4%)에 불과해 국민들의 주거안정은 여전히 불안하다. 경주지진 이후 정부는 내진설계 의무기준을 개정해 시행할 예정이다. 개정 건축법에 따르면 2층 이상 또는 연면적 200㎡ 이상인 소규모 건축물까지 내진설계 대상이다. 이 정도면 실질적으로 모든 건물에 적용되는 셈이다.

보험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고 재산과 인명 피해에 대해 사후적으로 보상하는 경제 제도다. 물론 계약자의 위험관리 촉진을 유인하기 위해 보험료 할인을 선반영해 위험통제를 할 수 있는 기능도 있지만 가계성 보험에서는 부차적인 사항이다.

현행 주택화재보험에서는 지진위험특약을 가입하거나 정책보험인 풍수해보험에서 지진담보를 선택하면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규모 6~7의 지진이 도심에서 발생한다면 재앙적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대규모 집중위험 때문에 보험회사가 두 팔 벌려 적극 인수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미국과 일본, 대만 등은 안정적으로 보험을 공급할 수 있는 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 정부가 최종적인 보상책임을 부담하는 국가재보험 제도가 운영되기 때문이다. 총 보상한도액을 설정하고, 실제 피해액이 이를 초과할 경우 보험금을 비례해 삭감하는 제도도 있다. 지진피해의 거대성에서 비롯된 특성이다. 지진보험 제도가 발달한 국가들도 대형 지진피해를 경험한 후에야 활발한 대응이 이뤄졌다.

우리나라는 지진 안전지대로 인식돼 지진 예측과 예방, 보험제도 개선에 다소 둔감하게 대응한 측면이 있다. 국민 안전의식 제고와 더불어 지진 안전점검, 대피훈련, 노후 건물의 내진확보 대책 등을 적극 실시하는 게 시작이다. 이제는 지진이 안 나서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 지진이 나더라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안전한 대한민국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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