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코스닥 투자를 늘리기 위한 세제·금융지원을 확대한다. 코스피·코스닥 통합지수를 만들고, 상장 문턱도 낮춘다. 11일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 혁신을 위한 코스닥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부양책은 곧장 먹혔다. 코스닥은 이날 하루 만에 2.11%(17.60포인트) 오른 852.51를 기록했다. 2002년 4월 19일(858.80) 이래 15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세제·금융지원 늘어난다
코스닥시장을 반영한 벤치마크 지수도 나온다. 한국거래소(KRX)는 코스피·코스닥의 새 통합지수인 KRX300을 다음달 5일 발표한다.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 중 우량주 위주로 구성되며, 코스닥 종목의 편입 비중은 23%다.
자금운용 규모가 18조원대인 연기금 투자풀의 운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연구용역도 추진한다. 기금운용평가 항목 중 운용상품 집중도 배점을 확대하는 등 기금운용평가 지침도 개선할 방침이다.
개인투자자에게 소득공제 혜택(투자금의 10%)을 주는 벤처기업투자신탁도 활성화한다. 투자 비중을 기존 벤처기업 신주 50%에서 15%로 완화하기로 했다.
테슬라 요건을 확대해 혁신기업의 코스닥 상장 기회도 늘린다. 계속사업 이익 및 자본잠식 요건 등 시장 진입에 불합리한 규제를 없애기로 했다. 세전이익·시가총액·자기자본만 충족해도 상장이 가능하도록 단독상장 요건도 신설한다.
상장 주관사의 풋백옵션(주가가 기준을 밑돌면 되사들여야 하는) 의무도 예외를 둔다. 최근 3년 내 이익 미실현 기업을 특례 상장한 후 풋백옵션을 부담하지 않은 우수 주관사나 코넥스시장에서 최근 6개월간 일평균 거래량이 1000주 이상, 거래형성률 80% 이상인 기업이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하는 경우 풋백옵션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된다.
신성장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지원 대상도 기존 중소기업에서 코스닥 상장 중견기업으로 확대한다. 세액공제율 역시 기존 30%에서 40%로 커졌다. 코스닥 상장사 중 기술·사업성이 우수한 기술특례 기업(상장 3년 내)에는 중소기업 정책자금 융자를 허용하기로 했다.
◆코스닥150 눈여겨 봐야
투자자들은 코스닥150 지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통합지수가 정착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어서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스닥150 지수를 위주로 거래가 활성화 될 것"이라며 "코스피200이나 통합지수가 아닌 활성화 지원책과 연계된 코스닥150 지수 종목 위주의 투자가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코스닥150을 기초지수로 하는 투자가 유망하다"며 "지난해 11월 이후 연기금의 누적순매수 대금을 보면 코스닥 내에서도 코스닥150 비중이 컸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당 기간에 코스닥150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2% 수준이지만, 연기금의 누적순매수 대금을 기준으로 보면 약 70%에 달했다"며 "향후 연기금의 포트폴리오 조정에 따른 추가적인 자금유입 규모를 고려해도 대표지수 중심의 투자가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벤처투자회사와 4차산업 관련주도 주목할 분야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 상승장세 주도주로 무인자동차,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관련주를 제시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정보기술(IT)과 바이오 등 신기술 기업을 수혜주로 꼽았다.
다만, 연기금 투자 확대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점은 이번 대책의 아쉬운 부분이다. 코스닥 거품 붕괴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사장은 "코스닥 활성화 정책이 기업의 실질적인 성장 능력과 기업가치 등 기초여건을 개선해주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자칫 거품 형성에 따른 시장 왜곡도 우려된다. 코스닥 상장 문턱을 낮춘 것도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4년 전 상장 문턱을 낮춰 코스닥 시장에 진입한 바이오 등 성장주 중 적자기업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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