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영 중앙대학교 영어교육과 교수
교육부가 영어교육 금지법을 시행하려는 이유는 유치원, 어린이집과 초등 1,2학년 방과 후 활동으로는 지식습득 교육보다는 놀이와 돌봄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시대착오적 금지법에 대한 학부모와 법학자들의 문제 제기에 국민의 한사람으로 깊은 공감을 하며, 혹여 무리하게 추진될 때 발생할 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더하여 필자는 영어교육자로서 본 사안이 지니는 본질적인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이 법안을 제안한 교육부 관계자들의 믿음에는 다음과 같은 전제가 있다. 첫째, 영어 학습이란 유아들의 성장발달을 저해할 만큼 무거운 지식을 주입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둘째, 이 시기의 아동에게 외국어를 배우게 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합지 않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시기에 배운 영어는 선행학습에 해당하여, 공교육 정상화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기영어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우리 사회의 오랜 영어교육 과열 현상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영어유치원으로 포장된 고액 유아영어학원을 비롯하여, 조기유학, 영어 마을, 몰입교육 등 매번 신드롬을 일으키며 많은 부작용을 낳았던 전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하는 사실은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인간에게 여러모로 유익한 일이라는 것이다. 어린 나이에 타문화를 접하고 외국어로 의사소통을 경험해보는 것은 좋은 기억으로 남을 일이다. 유아기에 영어 학습을 시작했던 중·고등학생이 반대의 경우보다 영어 학습동기가 더 높다는 국내 연구 결과들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 이렇듯 영어학습의 본질은 최소한 무해한 것인데 유독 대한민국 사회에서 왜곡되고 오명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은 어린이집이나 방과 후뿐만 아니라 유·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사설 영어교육기관에서도 엄격히 지켜져야 한다. 정부는 아동들을 교육하는 기관이 교육원칙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관리 감독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유아 영어교육기관의 인증제, 영유아 영어교사의 자격요건 부여 등의 실질적인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또한 영어교육의 본질에 대한 이해와, 무분별한 조기교육의 폐해에 대한 학부모 교육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는 무조건 집안에 꽃을 못 들여 놓게 하기 보다는 좀 더 저렴한 꽃은 없는지 좀 더 세련된 조화는 없는지 다툼이 일어난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려는 노력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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