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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정치] 소송 악용하는 보험사들② 고객들에게 "보험계약 해지하면 소송 취하하겠다"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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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지 기자
입력 2018-01-1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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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사진= 아이클릭아트 제공]


“가입하라고 해서 가입했더니 이제 와서 왜 이렇게 많은 보험 들었냐며 보험계약 해지하면 소송 취하해준다는 게 제대로 된 보험사 맞나요?”

10년 전쯤 전화 권유로 실손보험에 가입한 김아무개씨(46·여)는 어느날 갑자기 보험사가 제기한 소송에 피소됐다. 김씨는 “보험사에서 ‘왜 한꺼번에 많은 보험에 가입했으며 진료만 받아도 될 걸 왜 입원했냐’고 따졌지만 전화가 와서 이것저것 추천을 해주기도 했고 필요한 걸 한 번에 가입하다 보니 여러 상품에 가입하게 된 것뿐”이라며 “주부이면서 경제적으로 능력도 없는데 왜 이렇게 많은 금액을 납입했냐고 따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 소송은 가입자들 계약 해지하라는 협박용?

일부 보험사들은 보험금을 자주 많이 청구한 계약자를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소송을 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를 포함한 다수 보험가입자들에 따르면 보험계약을 체결한 일부 보험사는 소송을 제기한 이후 피고 측에 그동안 받은 보험금을 다 반환하던지 보험계약을 해지하라는 협상을 제안했다. 이들은 보험계약을 해지하면 기존에 지급한 보험금은 보전해주겠다고 회유하기도 했다.

김씨는 “찝찝해서 그냥 보험계약을 해지한다 하더라도 다른 보험에 가입할 때 소송을 했다는 것도 통보돼 가입 자체가 안될 수 있다”며 “보험금을 내기에도 빠듯할 정도로 생활이 어렵지만 보험 없는 노후를 생각할 수 없어 비싼 변호사 수임을 내고도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가 소송을 악용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최근 부당하게 가입하고 보험금을 수령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보험금을 회삿돈으로 주는 것도 아니고 보험계약을 체결한 다수의 가입자들이 내는 돈인데 정당하게 지급돼야 할 돈이 부당하게 쓰이면 안된다”고 말했다.

# 소송 진행하며 고객 정보 수집 가능해

보험계약을 체결한 고객이 피소되면 원고인 보험사측에 의해 진료기록이나 과세정보 등을 제출해야 한다. 원고 측 변호인이 재판부에 사실조회 신청서, 과세정보·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 신청서를 제출하기 때문이다.

소송 진행 경과를 보면 원고측 변호인이 소송을 제기한 이후 재판부에 사실조회 신청서, 과세정보 제출명령 신청서 등을 제출했다. 이때 사실조회 신청서는 변호사가 법원에 제출하는 것으로 진단서도 포함된다. 당시 진단서를 작성한 의사에게 환자의 상태와 치료내역을 질의하게 된다.

환자가 실제로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데 진단서 발급일자 이후 통원 치료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 어떤 약을 처방받았는지, 실제로 치료 기간이 언제까지인지 등 구체적 내용이 확인가능하다. 진단서 상 2주 정도의 기간 동안 치료가 필요하다고 기재된 경우 환자가 진단서만 발급받고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도 있어 병원에 직접 치료내역 조회를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법원과 검찰에서도 재판이나 수사에 필요한 경우 환자의 진단서, 진료기록부 및 처방내역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법적근거가 없다면 의사는 이에 회신할 의무가 없지만 의료법 21조 3항은 회신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또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 신청서는 법원의 명령을 받은 세무서로부터 열람할 수 있다.

보험사에서 이런 식으로 소송을 통해 고객들의 정보가 담긴 정보를 요구하고 있었다. 보험 가입이나 건강 진단서 등은 보험계약 체결 당시 동의 하에 수집할 수 있지만 5년 이상의 기간이 지나면 자체 조회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또 건강상태를 조회하는 것 이외의 소득이나 과세 정보는 수집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소송 과정에서야 열람이 가능하다.

#소송 남용하는 보험사들 제재 효과 있나

보험사들의 소송 남발을 인지한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5년 20대 금융관행 개혁의 일환으로 정당한 보험금 지급관행 확립방안을 밝혔고, 40개 보험사는 사내 소송관리위원회를 설치했다.

당시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법률·약관의 해석, 보험사기 방지 등을 위한 보험사의 정당한 소송제기행위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합리적 판단 없이 보험금 지급액·지급 횟수 등에 따라 소송을 제기하는 등 부당한 소송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예방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송관리위원회는 부당한 소송제기를 막기 위해 소송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기구로, 사내에서 소송을 제기할 경우 소송관리위의 심사를 통해 소송 제기 여부가 결정된다. 소송관리위에는 내부 직원뿐만 아니라 교수, 변호사, 소비자보호 전문가 등 외부인으로도 구성돼 있다. 소송 제기 부서가 소송안을 상정하면 소송관리위 내 내부 및 외부위원들이 검토하고 소송제기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이후 소제기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기도 했지만 보험 가입자들은 여전히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소송건수가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고객들에게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알려 소송을 제기하기 전부터 계약해지를 유도했다는 증언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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