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경제·통상 분야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중국기업들은 미국의 '중국 때리기'의 주요 목표물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주요 타깃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阿里巴巴)그룹이다. 중국경제망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13일 알리바바 산하의 온라인쇼핑몰 타오바오몰(淘寶網)을 지난해 '악명 높은 시장(Notorious Markets)' 명단에 포함시켰다.
USTR은 매년 저작권 위반이나 위조상품·모조품 판매로 악명 높은 기업을 선정해 명단을 발표한다. 알리바바는 2011년 이 명단에 처음 오른 후 짝퉁 퇴치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면서 이후 명단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USTR은 위조품과 불법 복제품 수준이 여전히 심각하다며 5년 만인 2016년 재차 타오바오몰을 악명 높은 시장으로 분류한 데 이어 지난해 또다시 명단에 포함시켰다.
USTR은 타오바오몰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알리바바의 노력은 인정하면서도 "알리바바가 사이트에서 판매된 가짜상품의 규모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기준을 밝히지 않았을뿐더러 짝퉁 판매량이 감소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입증하지 못했다"며 재지정 이유를 밝혔다.
알리바바는 즉각 반박했다. 알리바바그룹은 13일 성명을 발표, 보호무역주의가 대두하면서 알리바바는 또다시 고도로 정치화된 환경 아래 정치적 희생양이 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악명 높은 시장 명단이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려는 게 아니라 미국 정부의 무역 정책 목표 실현의 수단으로 전락한 것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알리바바 때리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알리바바의 금융회사 앤트파이낸셜(螞蟻金服·마이진푸)은 지난 2일엔 미국 정부의 안보 벽을 넘지 못하고 결국 세계적인 송금업체 미국 머니그램의 인수를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앤트파이낸셜은 지난해 머니그램을 12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으나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합병 승인을 줄곧 미루면서 결국 포기한 것이다.
CFIUS는 알리바바 이외에 중국 하이난항공그룹의 미국 투자회사 스카이브리지캐피털 인수, 차이나오션와이드홀딩스의 미국 보험사 젠워스파이낸셜의 인수 거래 승인을 지연시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회사인 중국 화웨이의 미국 시장 진출도 제동이 걸렸다. 화웨이는 본래 미국 이동통신사 AT&T를 통해 자사의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 10 프로'를 내달부터 미국 시장에서 판매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AT&T가 갑작스럽게 계획을 철회하며 무산되고 말았다. 구체적인 이유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국가안보 이슈가 AT&T의 계획 철회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계약 불발이 미·중 간 무역 긴장을 보여주는 신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미국 의회는 최근 화웨이, ZTE 등 중국 통신회사가 생산한 장비를 사용한 기기나 서비스를 미국 연방정부에 도입하지 못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도 발의해 미국 정부의 중국 공격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이 밖에 12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중국산 일반 알루미늄 합금 판재에 대한 미국 상무부의 지난해 11월 반덤핑 관세 및 상계관세 조사와 관련, 중국산 알루미늄 제품이 미국 산업에 실질적 피해를 주고 있다며 만장일치로 판결했다.
미국의 잇단 압박에 중국 당국도 보복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앞서 3일(현지시간) '미국의 무역 압박은 조절이 필요하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미국이 자기만의 길을 간다면 2018년 미·중 양국은 무역 문제로 험로를 걷게 될 것"이라며 "중국의 보복 조치가 테이블 위에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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