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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안에서의 낯선 몸짓들…안젤리카 메시티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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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기자
입력 2018-01-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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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는 2월 11일까지 아트선재센터서 국내 첫 개인전

  • 3·4채널 비디오 작품, 사운드 조각 등 '눈길'

안젤리카 메시티, <릴레이 리그>(2017). Courtesy the artist, Anna Schwartz Gallery, Melbourne and Galerie Allen, Paris. [사진=아트선재센터 제공]



비디오, 설치, 댄스 등의 작업을 통해 공동체와 문화적 전통을 탐구해 온 호주 작가 안젤리카 메시티(Angelica Mesiti·42)의 국내 첫 전시가 미술 애호가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아트선재센터는 오는 2월 11일까지 메시티의 개인전 〈릴레이 리그(Relay League)〉를 개최한다. 

시드니에서 태어나 현재 파리에서 활동 중인 메시티는 공동체, 소멸하는 문화적 전통, 영성에 대한 관심을 소리와 몸짓 같은 비언어적인 소통방식에 주목해 풀어낸다. 특히 전환기에 있는 퍼포먼스형 문화 전통이나 사회·경제·문화적 변동으로 소멸 위기에 처한 퍼포먼스 전통에 관심을 둔다. 그동안 시드니 비엔날레, 이스탄불 비엔날레, 아이치 트리엔날레, 오클랜드 트리엔니알, 샤르자 비엔날레, 파리 팔레 드 도쿄, 런던 바비칸 센터 등지에서 선보인 포합(抱合)형(incorporation) 퍼포먼스, 비디오, 설치 등은 미술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2016년도 뫼리스 상 현대미술 부문 최종 후보였던 메시티는 2013년도 신설된 이언 포터 무빙이미지 커미션의 초대 지원대상자로 선발됐고, 같은 해 비디오 및 뉴미디어 예술 부문에서 앤 랜다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안젤리카 메시티, <시민 밴드>(2012), Courtesy the artist, Anna Schwartz Gallery, Melbourne. [사진=아트선재센터 제공]


이번 전시는 1997년 1월 31일 해양 조난 통신에 사용돼 오던 모스 부호가 130여 년 만에 종지부를 찍으며 프랑스 해군이 송출한 마지막 전신 '수신자 전원에게 알림. 이것은 영원한 침묵에 앞선 우리의 마지막 함성'에서 출발한다. 송신과 수신이란 모티브에 대한 시각적·음성적인 암시를 제공하는 사운드 조각 <수신자 전원에게 알림>(2017)과 부호로 변형된 언어를 감각으로, 이를 또 악보와 몸짓 그리고 촉지각적 교류로 되풀이해 나가며 복수의 번역 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3채널 비디오 설치 <릴레이 리그>(2017)는 공동체 안에서의 낯선 몸짓들에 시선을 둔다.

4채널 영상으로 이루어진 <시민 밴드>(2012)는 고향을 떠나 프랑스와 호주로 이주한 네 명의 음악가가 시공간을 가로질러 고향의 전통 음악 기법으로 새롭게 각색한 연주를 펼치는 비디오 앙상블이다. 메시티는 이들이 분출해내는 청각 언어의 흔적을 좇으며 사라져 가는 문화에 가치를 부여하고 그것이 환기하는 문화적 특수성을 섬세히 포착한다.
 

안젤리카 메시티, <릴레이 리그>(2017). Courtesy the artist, Anna Schwartz Gallery, Melbourne and Galerie Allen, Paris. [사진=아트선재센터 제공]


전시장을 가로지르는 비닐 구조물은 메시티의 작품이 구현하는 물리적·심리적 요소들 사이에서 일종의 막으로 기능한다. 이 구조물을 따라 걸음을 옮기면 <릴레이 리그>의 화면이 차례로 등장한다. 먼저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위리엘 바르텔레미는 파리 교외의 한 건물 옥상에서 최후의 모스 전신을 정교한 악보로 번역해 드럼을 연주하고, 두 번째 영상에서는 남녀 무용수가 스튜디오 바닥에 앉아 신체에 기반한 친밀한 언어로 대화를 나눈다. 여자 무용수 에밀리아 위브론 베스터룬드는 어딘가를 응시하면서 시각 장애를 가진 신드리 루두네가 자신의 움직임을 촉지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마지막 영상에서는 첫 번째 영상과 동일한 사운드 트랙에 맞추어 춤을 추는 필리프 루랑소가 등장한다. 안무가이자 무용수인 그는 바르텔레미의 소리의 어휘를 새로운 몸짓으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철저한 계산 아래 신체를 움직이다가도 스스로 감정을 절제하기 어려운 듯 이따금 통제되지 않은 움직임을 분출한다. 루랑소의 이러한 낯선 몸짓은 1997년 1월 31일 마지막으로 사용됐던 조난 통신에 대한 은유적 응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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