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오디오랩 앨런 디밴티(Allan Devantier) 상무가 무반향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세계 제1의 오디오 연구소를 만들어 달라.”
삼성전자가 미국 최대의 전장부품업체 ‘하만’에서 근무하던 연구원 앨런 디벤티 씨를 지난 2013년 영입하며 당부한 말이다. 그에 상응하는 만큼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도 약속했다.
다음해 삼성전자는 디벤티 상무와 음향 관련 석박사급 인재, 뮤지션 등으로 ‘드림팀’ 19명을 구성해 미국 LA의 발렌시아 지역에 음향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삼성 오디오랩’을 본격 가동했다. '세계 최고의 음향 기술력 내재화'라는 목표에서다.
◆ 5년 차 맞은 삼성 오디오랩... 세계 제1의 연구소로 거듭나
이날 이곳의 책임자를 맡고 있는 디벤티 상무는 인사말을 통해 “우리 오디오랩은 오디오 기기뿐만 아니라 TV 등 삼성전자 주요 제품의 품질 강화에도 힘써 왔다”며 “이 같은 노력의 결과 삼성전자가 지난해 TV사업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미국 컨슈머리포트의 음질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엑설런트(Excellent; Q7, Q8시리즈 12개 모델)’를 받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특히 사운드바에서 주요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CES(국제전자제품 박람회 2018’에서 선보인 슬림형 사운드바 신제품 ‘NW700’은 오디오랩의 기술력이 적용된 대표적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NW700은 두께를 기존보다 41% 수준으로 줄여 TV와 디자인 측면의 조화를 이루며, 총 7개의 스피커 유닛을 내장해 풍부한 사운드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오디오랩이 독자 개발한 '디스토션 캔슬링(Distortion Cancelling)' 알고리즘이 적용돼 스피커 소리 왜곡을 줄이고, 웅장한 베이스음도 구현해준다.
삼성전자는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31억9000만달러로 추산되는 전세계 사운드바 시장에서 점유율 23%로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삼성전자 오디오랩 직원이 자사의 시설과 장비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 삼성전자 전폭적인 지원... 인력·장비·규모 업계 최고
이 같은 성과는 삼성전자의 전폭적인 지원에서 비롯된 것으로 평가된다. 일례로 연구원들을 돕는 스텝을 포함해도 아직 전체 인력이 23명밖에 되지 않지만 연구소의 시설은 전문오디오업체에 버금간다. 무반향실(Anechoic chambers), 청음실(Listening rooms) 등 업계 최고의 연구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전체 규모는 813.2㎡에 달한다.
인력도 업계 최고를 자랑한다. 주요 연구원 중 11명은 오디오 분야의 석박사급이며, 나머지 8명도 오디오 엔지니어와 뮤지션들이다. 특히 이들의 오디오 분야 경력을 합치면 300년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의력과 실험정신이 그 어느 곳보다 중요한 분야인 이 연구소는 직원들의 자율성도 소중히 하고 있었다. 긴 파마머리를 묶은 사람,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있는 사람 등 이곳의 직원들은 연구원보다 TV에 나오는 뮤지션들을 연상케 했다. 사무실도 벽마다 퀸, 비틀즈 등 유명 가수들을 담은 액자가 걸려 있어 음악 ‘오타쿠’들의 방처럼 느껴졌다. 실제로 음악활동을 병행하며 일하는 직원들도 있다고 한다.
최고의 인력은 첨단 장비가 뒷받침해주고 있었다. 스피커의 진동을 실시간 측정하는 첨단 컴퓨터 장비는 물론 작은 오차까지 방지하기 위해 99.999%의 소리를 흡수하는 설비까지 갖춘 무반향실, 블라인드 테스트실 등으로 선입견을 철저히 배제한 청음실이 대표적인 예다.
오디오랩 한 관계자는 “무반향실 등은 세계 유수의 전문오디오업체도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라며 “우리 연구소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었던 한 요인”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오디오랩과 하만이 본격적인 협업에 들어가면 글로벌 오디오 시장의 선두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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