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갈리아 조선소’ 매각 방해 뒤엔 루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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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기자
입력 2018-01-1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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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뒤늦게 우선매수청구권 행사···조선소 인수하려 흠집내기 여론몰이

  • 대우조선해양·다멘그룹 계약포기 유도·매각 가격 낮추기 의도도 엿보여

대우조선해양의 루마니아 현지 법인 ‘대우-망갈리아 중공업(DMHI)’ 전경[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루마니아 정부가 당초 입장을 바꿔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은 물론 당초 인수자인 노르웨이 다멘그룹도 적잖이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양사가 계약 체결을 발표한 지난해 11월에만 해도 본 계약 체결은 당연하다고 봤다"며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를 물어도 답을 주지 않던 루마니아 정부의 입장이 12월 들어 바뀌었다”고 전했다.

이어 “루마니아 정부 측에서 지난해 말 우리에게 비공식(구두) 인수 의사를 밝힌데 이어 지난 5일 공식 의사를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루마니아 정부·언론 “대우조선해양 경영 실패” 비난
조선업계는 루마니아 정부가 실제 대우-망갈리아 중공업 인수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인수금액은 약 290억원. 조선소로 치면 높은 가격은 아니다. 하지만 빠듯한 루마니아 정부의 재정 상황에서 일시불로 내놓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한 것은 또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국민들의 매각 반대 여론을 가라앉히기 위해 최대한 시간을 끌거나, 금액을 낮추기 위한 의도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으로서는 루마니아 정부 측의 처사가 아쉽다는 반응이다. 다멘그룹을 협상 파트너로 선택한 것은 유럽업체이면서 루마니아에 진출해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과였다.

다멘그룹이 1999년부터 루마니아에서 운용하고 있는 조선소인 ‘다멘 조선 갈라티(DSGa)’는 그룹의 전 세계 32개 조선소 및 작업장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DSGa 운용 경험을 활용하면 대우-망갈리아 중공업의 조기 정상화와 함께 양 조선소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이에 루마니아 정부도 양사 간 매각 협상을 지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계약 내용이 발표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루마니아 정부와 언론은 양사를 모두 비판하고 매각의 문제점을 부각시켜 반대 여론을 부추기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선산업 수주 부진의 여파로 대우-망갈리아 중공업이 생산지연, 손실누적 등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들어간 것을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실패로 돌리고 있다. 채권단 관리 하의 어려운 사정에서도 합작사를 설립한 1997년 이후 2조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한 점 등은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과거 대우그룹 시절 사태까지 꺼내며 대우가 투자했다가 파산한 현지 자동차 생산업체 ‘클라이오바(Craiova)’에 이어 대우-망갈리아 중공업 매각이 두 번째 실패작이라며 대우가 루마니아 경제를 어렵게 한 범인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시간 끌어 인수가 낮추려는 포석?
다멘그룹에 대한 비난도 대우조선해양에 못지않을 만큼 강도가 높다.

현지 언론은 ‘다멘그룹이 아직 최종 인수가 결정나지 않은 상황에서 조선소 내에서 축하 행사를 계획했다’, ‘다멘그룹은 조선소를 인수한 뒤 다시 독일 기업에 되팔 것’이라는 내용의 보도까지 내놓고 있다.

인수·합병(M&A)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와 언론이 공동으로 벌이는 이러한 흠집내기는 다멘그룹이 계약을 포기토록 하거나, 조선소 매각가격을 낮춰 루마니아 정부가 인수하겠다는 의도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루마니아 정부는 클라이오바 공장을 사들여 높은 가격에 되팔았던 경험을 대우-망갈리아 중공업에도 적용하려는 것 같다”면서 “우선매수 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최대한 시간을 끌어 가격을 낮추고 조선소를 인수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대우조선해양, 조기 대응 못했다?
직접적인 책임은 없지만, 대우조선해양이 현지 분위기를 빨리 파악하고 한 발 앞서 대처했더라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매각 계약 체결 후 루마니아 정부의 승인을 받는 작업은 다멘그룹이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 측이 좀 더 적극적으로 임했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확산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대우조선해양 채권단도 매각 지연 사실을 인지했으나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갑작스런 입장 변화라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점은 있다. 협상 과정에서 다멘그룹이 해결하겠다고 나서 믿었는데, 결론은 기대대로 나오지 못했다”면서 “향후 협상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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