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전년 대비 16.4%(1060원) 오르자 불법·편법 최저임금 지급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A사업장은 기존에 지급하던 상여금 600%를 직원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바꿔 300% 감액하기로 결정했다. B사업장은 최근 직원의 식비, 교통비 등 복리후생적 임금을 일방적으로 없앴다.
아파트 단지에서 일하는 경비원은 올해 최저임금이 오르며 기존 8시간이던 휴게시간이 9.5시간으로 늘었다. 일하는 시간은 줄었지만, 업무량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근로시간이 줄면서 임금인상은 최저임금 인상폭(16.4%)에 훨씬 못 미치는 2.4%에 그쳤다.
C사업장은 6개월 단기 아르바이트를 채용하면서 최저임금인 시간당 7530원을 지급한다고 공고했다. 하지만 실제 3개월을 수습기간으로 적용, 6800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수습기간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을 깎은 것이다.
이 같은 불법·편법 사례가 속출하는 이유는 하나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정부는 부랴부랴 △아파트·건물관리업 △슈퍼마켓 △편의점 △주유소 △음식점 등 5개 업종 5000여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준수 관련 서한 발송과 설명회 등 계도에 나섰다.
최저임금 미지급 행위, 근로자 동의 없는 일방적 임금체계 개편 또는 근로시간 단축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임금 인상분만큼 월 최대 13만원을 보전해주는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책도 꺼내들었지만 기대만큼 호응이 없는 실정이다.
직원 1명당 오른 임금을 충당하기에는 13만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사업장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본급이 올라가면 연장 수당 등도 덩달아 올려줘야 한다"며 "계산해보니 직원 1인당 월 30만원 넘게 추가로 드는데, 누가 정부 지원액을 보고 신청하겠냐“고 말했다.
‘월 보수액 190만원 미만 근로자’라는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 요건도 논란거리다.
월 보수에는 기본급과 각종 수당, 야간·휴일 연장수당 등이 포함된다. 예컨대 월급이 180만원이지만 야간 근로수당으로 20만원을 받는 근로자는 월 보수가 200만원이 돼 일자리 안정자금을 받을 수 없다.
문제가 되자 정부는 생산직 근로자에 한해 월 보수가 190만원이 넘더라도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을 뺀 월급이 190만원 미만이라면 지원 대상에 포함한다고 밝혀 혼선을 줬다.
사회보험료 부담이 배로 늘어나는 점도 문제다.
일자리 안정자금을 받으려면 고용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고용보험을 들게 되면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4대 보험도 들기 마련이다.
사업주와 근로자가 절반씩 부담하는 사회보험 특성상 월 13만원을 받으려고 보험에 드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된다.
특히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은 일단 올 한 해 한시적으로 시행된다. 당장 내년부터 정책이 중단되면, 지원금은 사라지는 대신 보험료는 고정적으로 나간다.
정부는 당근(일자리 안정자금)이 여의치 않자 채찍을 꺼내들었다.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 명단을 공개하고, 신용제재를 가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3년 이내 최저 임금 미달로 유죄가 확정된 사업장의 명단이 공개되며, 3년 이내에 2회 이상의 유죄가 확정되면 신용제재를 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사업장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그러자 영세 사업주, 소상공인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났다.
한 자영업자는 “최저임금을 멋대로 올려놓고, 이제 안 지키면 공개적으로 악덕 사업주에 신용불량자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우리를 범법자로 만들겠다는 것과 똑같다”며 반발했다.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행 최저임금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기 상여금이나 숙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등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소상공인 업종별·지역별 차등화 방안 △카드수수료 및 상가임대차 인하 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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