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후폭풍-르포] 편의점주 “오른 시급만금 내가 그냥 일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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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18-01-17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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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장 포화로 매출 줄고 임대료 부담

  • “되레 채용 줄것” 정부 전망과 반대 비관론

지난 14일 서울지역 모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이 담배 매대를 정리하고 있다.[사진= 박성준 기자]


“제가 그냥 일하고 말죠. 월세에 관리비도 벅찬데 이제 인건비까지 더 떼버리면 남는 것도 없어요.”

서울 강서지역 모 편의점 가맹점주 김형택씨(38)는 근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인상된 최저 임금을 버텨내려면 매출이 배는 올라야 하는데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손님이 들어와서 그냥 나갈 때마다 김씨의 속은 타들어간다. 편의점주들에게 시간은 금이 됐다. 벽에 걸린 시계는 야속하게 흘러간 시간만 표시하고 있다.

30대로 젊은 사장에 속하는 김씨는 2년차 편의점주다. 직장생활을 통해 모은 종잣돈으로 야심차게 편의점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이내 복병을 만났다. 지난해 역대 최고인 16.4%로 최저시급 인상안이 결정되면서 6470원이던 최저시급이 올해부터 7530원으로 올랐다. 연평균 7~8%씩 인상하던 보폭을 감안하면 1년 만에 배는 뛰어오른 것이다.

당연히 김씨의 편의점 운영에도 비상이 걸렸다. 김씨는 “현재 저희 점포에서는 알바생을 2명 쓰고 있는데 최저시급이 올라버리니 고정비용에서 200만원 정도는 더 나가게 된다”며 “매출은 그대로인데 지출비용이 늘어나다보니 제가 조금이라도 더 근무하는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편의점 업계 자체가 과포화인 상태에서 지난해에는 점포 매출이 전체적으로 5% 정도는 빠졌다”며 “본사에서도 전기료 지원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지만 정작 최저시급에 관한 지원은 더 줄어들어 점주 입장에서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재의 어려움을 털어놓으며 김씨의 한 가지 생각은 확고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채용시장을 훨씬 악화시킬 것이라는 것. 김씨는 “저희 점포 인근에 중소공장이 많은 편인데 최근 채용이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력이 빠지면서 상권이 축소되니 편의점 매출도 덩달아 떨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렇게 바뀐 상황에서 알바생을 구하는 건 한결 수월해졌다고 김씨는 털어놨다. 그는 “지난해 근무자를 구하기 위해 채용공고를 올려두면 한 달에 5건도 오지 않았다”며 “올해부터는 일주일에 20건이나 지원서가 온다”고 달라진 풍경을 설명했다.

최저시급의 급등으로 편의점 본사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본사는 점주의 불만을 달래는 동시에 회사의 이익을 끌어올려야 하는 딜레마에 놓여 있다.

편의점 본사 직원 정모씨(31)는 “매출을 결산하고 정산금을 받은 점주들 입장에서는 남는 것이 없다 보니 불만이 예전보다 훨씬 늘어났다”며 “GS리테일은 전기세, BGF리테일은 최저보조금 등 업체마다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씨는 “현장에서 점포들을 살펴보면 최저시급의 급격한 인상이 오히려 지원자들의 경쟁을 부추겨 채용을 어렵게 만들고 알바생의 시급이 떨어지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업계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본사에서는 간부급 인력의 구조조정 움직임과 더불어 직원들의 성과급도 미지급된 상태다”고 어려움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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