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히트를 쳤던 '홈쇼핑 보험 판매'가 힘을 잃어가고 있다. 광고심의 등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와 인터넷 등 다른 채널이 부각되면서 우선순위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누적 3분기(1~9월) 생명·손해보험사 합계 홈쇼핑 채널 실적은 834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6억원 대비 16.59% 줄었다. 보험업계에서는 2011회계연도 이후 처음으로 홈쇼핑 채널 연간 실적이 1조원을 미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난 2003년 홈쇼핑의 보험 판매 허용 이후 판매고는 가파르게 성장했다. 생·손보 홈쇼핑 채널 실적이 별도로 집계된 2005년부터 2011년까지 판매고는 매년 15% 이상 성장했다. 성장세만 놓고 보면 다른 채널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2012년 이후 정체기에 접어들었지만 매년 1조3000억원 수준을 꾸준히 유지됐지만 지난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급작스러운 부진은 광고심의 등 관련 규정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초창기 홈쇼핑 광고는 시선을 끌기위해 과장된 표현을 사용했고, 보험금 지급 제한 사항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내용을 안내하지 않았다. 때문에 소비자 민원이 속출했고 불완전판매비율도 매우 높았다.
이에 금융감독 당국과 생명·손해보험협회 등은 지난 2016년부터 홈쇼핑 보험 광고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광고심의를 강화하고 부적절한 표현을 자제해줄 것을 각 방송사와 보험사에 권고했다. 권고 사항에 따르면 보험금 지급 제한 등 불리한 내용도 보장 내용과 동일한 횟수로 안내해야하고, 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과도한 경품 홍보나 상황극 방송은 지양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홈쇼핑 보험 광고가 전체적으로 무난해지면서 소비자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홈쇼핑 채널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설계사 노력 여하에 따라 꾸준히 신규 고객을 개척할 수 있는 대면·TM(텔레마케팅) 채널에 비해 홈쇼핑 채널의 잠재고객은 홈쇼핑 시청자로 국한되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관심이 인터넷 등으로 이동하면서 홈쇼핑 채널이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신규 채널로 일정부문 위상을 확보하고 있었으나 최근에는 CM(사이버마케팅) 채널이 부상한 탓에 관심을 받기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실제로 과거 홈쇼핑 채널에서 판매하기 쉬운 상품이 주기적으로 개발됐으나 최근에는 이런 상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상황이 이렇자 보험업계는 홈쇼핑 채널 의존도가 높은 외국계 보험사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AIG손해보험과 라이나생명보험은 지난해 누적 3분기 기준 홈쇼핑 채널 비중이 각각 15.28%와 11.44%로 업계 평균인 1%보다 크게 높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보험 판매고가 줄면 방송사에서 방송 횟수를 줄이는 경우가 많아 이후 실적이 더 악화된다"며 "앞으로 이 같은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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