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책을 만나다] '생활형 검사'로 살아도 괜찮아

<검사내전> ｜ <눈보라 체이스>

밀린 집안일, TV리모콘과의 손가락 씨름, 아이들과 놀아주기 등 주말·휴일엔 '의외로' 할 일이 많아 피곤해지기 일쑤다. 그렇지만 책 한권만 슬렁슬렁 읽어도 다가오는 한 주가 달라질 수 있다. '주말, 책을 만나다'에서 그런 기분좋은 변화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 <검사내전> 김웅 지음 ｜ 부키 펴냄
 

<검사내전> [사진=부키 제공]

"세상을 속이는 권모술수로 승자처럼 권세를 부리거나 각광을 훔치는 사람들만 있는 것 같지만, 하루하루 촌로처럼 혹은 청소부처럼 생활로서 검사 일을 하는 검사들도 있다."

18년간 검사로 살아온 저자 김웅은 자신을 '생활형 검사'로 지칭한다. 그라마나 영화에서 검사는 보통 '거악의 근원'이거나 불의를 일거에 해소하는 '정의로운' 존재로 설정된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극적인 이야기들이 '현실'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검사들과 별로 관계가 없다고 말한다. 드라마와 달리 검찰도 일반 회사와 거의 같고, 그 조직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보통의 직장인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기보다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여객선의 작은 나사못'으로 살아가겠다던 어느 선배 검사에게서 소위 잘나간다는 그 어떤 선배들에게도 느껴보지 못한 '존경'이라는 감정을 느끼며 자신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말한다.

"평소처럼 밤늦게 야근을 하고 있는데 차장검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차장검사가 법원 판사들과 회식을 한 모양인데, 2차로 간 술집에서 흥이 과했던지 (…) 그 자리에서 각자의 부하직원들을 호출해 어느 쪽이 더 많이 나오는지를 내기한 것이다. 부르기만 하면 마냥 달려오는 것을 바랄 거면 개를 기르면 된다. 그것도 아키타나 진돗개, 허스키처럼 충성심 강한 개를 기르면 되는데 왜 그런 짓으로 귀한 시간을 소비하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 된다."

그는 이처럼 '조직의 단합'이라는 이름 아래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하는 것을 참지 못했고, "그게 단합이면, 그럼 제가 술 마시다 차장님을 불러도 차장님이 나와 주나요?"라는 말을 던졌다가 두고두고 '또라이'라는 낙인이 찍히기도 했다. 그래도 그는 "검사 생활하는 데 별 탈은 없었다"고 말한다.

그는 끊임없이 '거짓'과 싸워야 하는 검사 일을 하다 보니 한때는 사람 말을 믿지 않게 되었을 뿐 아니라 그들을 만나는 게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시간이 흘러 다시 보람을 느끼게 된 것은 "이 일을 하다 보면 다른 인생의 찢어진 틈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꿰매주어야 할 때가 많기 때문"이었다. 더러는 서툰 솜씨로 찢어진 상처를 더 헤집기도 하기에 쉽지 않은 일이지만, 늘 자신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검사 생활을 계속하는 까닭이 바로 거기에 있다는 것이다.

'생활형 검사'로 살아온 저자가 검찰 '안'에서 경험한 이야기들, 검사라는 '직업' 덕분에 알게 된 세상살이, 사람살이를 둘러싼 그의 속마음 등이 흥미롭게 엮였다.

384쪽 ｜ 1만5000원


◆ <눈보라 체이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펴냄
 

<눈보라 레이스> [사진=소미미디어 제공]

"그렇다면 그 여자를 찾자. 너의 무죄를 증명하려면 그 여자를 찾아내는 게 최선책이야. 아니, 그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어."

<나미야 잡화점의 비밀>로 유명한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신간 소설을 내놓았다. <눈보라 체이스>는 스키장을 다녀온 후 갑자기 살인용의자가 되어버린 주인공 와키사카 다쓰미가 알리바이를 증명해줄 미인 보더(boarder)를 찾아 나서는 것으로 시작된다.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설가 중 한 명인 히가시노는 추리소설 작가이면서도 폭넓은 작품세계로 호평을 받아 왔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서 '여성'을 소재나 주제로 많이 쓰고, 사회적 문제나 성정체성 등을 자주 다루며 문제의식을 잘 부각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전국 굴지의 스키장인 사토자와 온천으로 향하는 다쓰미와 그를 쫓는 형사들 그리고 스키장 결혼식으로 지역 홍보 기회를 노리는 온천마을 사람들의 속사정이 교차하며 긴박감 넘치는 전개가 돋보인다. 특히 겨울 스포츠 마니아로 알려진 히가시노가 묘사하는 스노보드의 쾌감과 거대한 스키장의 풍경도 책장을 빨리 넘기게 한다.

<백은의 잭>, <질풍론도>에 이어 세 번째로 국내에 소개되는 설산(雪山) 시리즈 작품인 <눈보라 체이스>는 이름 그대로 눈보라 속에서 경쾌하게 질주하는 스노보드를 닮았다. 뜬금없이 누명을 쓴 주인공, '윗분'들 알력 다툼에 어쩔 수 없이 몰래 그들을 뒤쫓게 된 형사들 그리고 그런 그들과 얽히는 스키장 마을 사람들은 각자의 사정에 따라 움직인다.

거대한 스키장 안에서 아주 작은 단서 하나로 서로를 쫓고 피하는 추격전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내달리듯 전개된다. 여기에 잡힐 듯 잡히지 않을 듯 어른거리는 '여신'에 대한 궁금증까지 겹쳐져 흥미를 돋는다.

368쪽 ｜ 1만3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