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서울 강남, 경기 성남 등에 가상화폐 투자센터를 설립하고 “가상화폐에 투자하면 6개월 만에 투자금의 두 배 이상의 수익을 올려주겠다”며 투자자들에게 접근했다. 이미 투자한 이들에게는 “다른 투자자들을 데려오면 투자금의 15~35%를 지급하겠다”며 유혹했다. 이들은 서로 보유한 가상화폐를 주고받을 수 있는 온라인 거래소까지 운영하면서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이들은 2015년 10월부터 1년 동안 이 같은 사기행각을 통해 3만5000명으로부터 1552억원을 편취했다.
가상화폐 투자광풍이 불면서 ‘한탕주의’를 노린 가상화폐 관련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16일 경찰청에 따르면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불기 시작한 2016년 7월 12일부터 12월 31일까지 약 6개월간 가상화폐 투자사기로 검거된 인원은 126명(41건, 구속 16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가상화폐 관련 사기범들은 다단계나 거래가 불가능한 가짜 가상화폐를 주요 범행 수단으로 내세웠다.
A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A씨 일당은 가짜 코인을 팔면서 사기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투자자들끼리 양수, 양도가 가능하도록 온라인 거래소까지 운영했다. 후속 투자자에게서 돈을 받아 기존 투자자들에게 약속된 수익을 지급하는 시스템을 통해 투자자들을 안심시킨 것이다. 이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어 새로운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방법으로, 다단계 사기에서 전형적으로 쓰이는 '폰지 사기(Ponzi Scheme)' 수법이다.
지난해 발생한 145억원대 가상화폐 사기극 ‘빅코인’ 사건도 전형적인 폰지 사기 수법에 의한 것이었다. B씨는 전국에 가상화폐 센터를 만들어 투자자를 모집한 뒤 돈을 내면 코인으로 바꿔주고, 다른 투자자들을 모집해오면 수당을 지급하는 등 가상화폐 다단계 조직을 운영했다. B씨는 투자자들에게 “빅코인의 가치가 수십배 이상 상승할 것이고, 곧 시중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형 가상화폐'를 개발해 해외에서 특허를 받았다며 투자자들을 유인한 사례도 있다. C씨 일당은 지난해 5월부터 8월까지 한국형 가상화폐 ‘코알코인’을 개발했다며 투자설명회를 열어 5000명에게서 213억원을 가로챘다. 이들은 “코알코인이 126개국에서 특허를 받았으며 대기업에서 투자를 받아 투자하는 즉시 100배 이상의 수익을 볼 수 있다”고 거짓 주장을 했다.
가상화폐 채굴기를 구입하면 단순 거래보다 더 큰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유혹하는 사기범들도 있었다. 가상화폐 채굴량, 채굴 시간 및 비용 등에 대한 객관적 근거가 없음에도 사기범들은 1만8000명의 피해자들에게 채굴기를 판매했다. 이들은 전산망을 조작해 가상화폐가 채굴되는 것처럼 속이는 방식으로 채굴기 판매대금 2700억원을 편취했다.
이처럼 가상화폐 사기극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가상화폐로 큰돈을 번 사례가 언론에 집중적으로 노출되면서 투자시장이 대학생, 주부, 노인 등 너나할 것 없이 뛰어드는 ‘묻지마 투자’ 형태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금융에 대한 지식이 없는 장년층 퇴직자나 가상화폐의 개념을 잘 알지 못하는 가정주부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결혼자금이나 가족의 병원비, 은퇴 후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기 위해 마련한 전재산을 투자한 엘리트 층도 다수였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가상화폐의 명확한 개념이 무엇인지 투자자들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가상화폐는 사기범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라며 "가상화폐를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게 한 뒤 보안시스템 정비, 과열 방지 등 체계를 마련해 사기를 막을 방법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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