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의 ‘워라밸(Work&Life Balance :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시도가 점점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올해 1월부터 주 35시간 근무제에 돌입한 신세계그룹을 시작으로 홈플러스는 지난 11일 임단협 결과 최대 14.7%(사원 기준)까지 올리는 등 파격적인 급여 인상에 나섰는데요.
특히 홈플러스는 점포 근무자들의 전일제 근무(1일 8시간)를 확대하는 한편 연차휴가 활성화와 정시 퇴근 문화 캠페인을 확대키로 했습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까지 이른바 ‘신세계 효과’가 유통업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인데요.
16일에는 현대백화점이 남성 직원들의 육아를 위해 파격적인 시도에 나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자녀를 둔 직장인들은 워라밸을 하고 싶어도 사실상 육아 때문에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할 수 없어 고심이 컸는데요.
현대백화점은 이번에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 직원들에게도 ‘유급 3개월 육아휴직’을 올해부터 부여키로 해, 맞벌이 부부들의 큰 환영을 받게 됐습니다. 즉, 1년간 육아휴직에 들어가는 남직원에게 휴직 후 3개월간 통상임금 전액을 보전키로 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본인의 통상임금과 정부에서 지급하는 육아휴직 지원금(최대 150만원)의 차액을 회사에서 전액 지원할 예정입니다.
유통업계에서 남성 육아휴직자에게 3개월간 통상임금의 100%를 보전해 주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회사 측은 “남직원들의 금전적 부담을 덜어 육아휴직을 활성화 시키기 위한 취지”라는 설명입니다.
게다가 자녀를 막 출산한 남직원의 경우, 기존 출산휴가(7일)을 포함해 최대 1개월(30일)간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육아월 제도’도 시행할 예정입니다.
육아월 사용 이후에도 한달 간 근무시간을 줄여주기로 했습니다. 대상은 유치원~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남직원이 대상인데요. 부모의 손길이 가장 필요한 취학기 자녀들에게 엄마 뿐만 아니라 아빠의 손길을 한층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세심한 제도로 보여집니다.
현대백화점이 이처럼 ‘육아 중심’ 복지제도에 앞장 서는 것은 아마도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45) 또한 어린 두 자녀를 아빠로서 직원들의 고충을 잘 알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어린 자녀들에게 곧잘 읽어줄 법 했을 동화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유래한 레드 퀸 효과(Red Queen Effect)에 빗대 ‘스피드 경영’을 강조한 바 있는데요.
일하는 엄마·아빠의 마음을 잘 하는 정 회장은 지난해 9월부터 업계 최초로 ‘반반차(2시간) 연차’ 제도를 도입해, 직원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백화점 매장의 경우, 사용률이 절반 이상에 이를 정도로 인기인데요. 아침 늦은 출근과 이른 조기 퇴근이 가능해, 점포 근무가 많은 현대백화점 매장 직원들과 특히 여직원이 많은 한섬에서 인기라고 합니다.
앞서 현대백화점그룹은 임신을 인지한 순간부터 출산까지 ‘임신 전(全) 기간 단축 근무제’, 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여성직원에게 가사 도우미 비용 절반을 지원하는 ‘워킹맘 해피아워’, 출산휴가 신청과 동시에 최대 2년간 자동으로 휴직할 수 있는 ‘자동 육아 휴직제’ 등도 활발히 운영 중입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본사보다 현장 매장 직원들에게 반반차 제도가 특히 인기가 높다”면서 “이번 남성 육아휴직 제도 개선으로 한층 워라밸이 가능한 직장 분위기가 만들어 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습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