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상화폐 실명계좌 시행에 따른 시장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달 말부터 실명거래를 통한 신규거래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여 정부정책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8일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은행의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신규 가상계좌 서비스를 금지하는 '가상통화 투기 근절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이날부터 가상화폐 거래소의 신규 계좌 개설이 중단돼 현재까지 신규 계좌를 트고 거래를 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부는 그 사이 가상화폐거래소 폐쇄 가능성부터 시작해 과세 도입 등 확정되지 않은 정책 방향을 내놓으며 시장혼란을 가중시켰다.
일각에서는 가상화폐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투기로까지 치닫는 투자자의 자진 이탈을 유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간 가상화폐 거래시장에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다양한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화폐 코인 총칭)이 급등락을 거듭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는 살아 있는 옵션'이라는 발언에 코인 시세가 가라앉는 등 이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도 잇따랐다.
다만 이달 말께 실명거래를 통한 신규 계좌 발급 등이 예고되며 가상화폐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다단계사기 등 부정적으로 인식된 가상화폐에 대해 새롭게 관심을 보이는가 하면, 반대로 거래를 끊겠다는 반응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가 신규 거래자의 증가폭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가상화폐거래소 임원은 "코인 시세가 급등락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크다는 인식이 있지만, 오히려 급등락을 통한 차익실현에 관심이 높은 투자자 및 소액투자자 입장에서 신규 거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글로벌 시세가 하락한 상황에서 신규거래 규모에 대해 예상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정책 마련에 나서는 한편, 과세 도입 여부도 검토하는 상황이어서 실명거래에 따른 거래상황을 면밀히 들여다볼 계획이다.
가상화폐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강력한 보안과 투명한 거래기록을 장점으로 내세웠지만,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측면에서 과세 방향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에 따라 300만명으로 추정되는 가상화폐 거래자에 이어 신규 거래자가 실명계좌를 통해 거래상황을 보여줄 경우, 정부가 정책 마련에 나서는 데 수월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가상화폐 투자는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며 "실명 거래에 따른 영향을 지켜봐야 하는 만큼, 거래규모와 형태·계층 등 다양한 정보를 확보한 이후 정책 결정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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