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2월 말까지 공직자 재산 신고 기간인데 가상화폐 재산 신고와 관련해 관계 부처에 문의가 폭발했다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정부는 2월 말까지 공직자 22만명의 재산변동 신고를 접수하고 있다. 공무원이 재산을 신고할 때는 신고 서식에 나열된 토지, 건물, 현금, 예금, 증권 등 항목에 맞춰 재산을 기입하면 된다. 문제는 가상화폐 항목이 없으니 공직자들 사이에서 가상화폐를 어떻게 신고해야 하는지를 두고 혼란이 생겼다는 것이다. 가상화폐가 재산신고 해당 대상인지 아닌지를 묻는 확인 전화도 잇달았다.
정부는 현행법상 가상화폐를 재산 신고 대상으로 볼 수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가상화폐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정부의 가상통화대책 보도자료 초안 문건이 온라인상에 유출됐을 때도 해당 공직자가 가상화폐 투자자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는 질타의 목소리가 컸었다. 관세청 사무관인 이 공직자는 17명이 있는 단톡방에 초안을 올렸고, 이는 여러 단톡방을 거치면서 민간으로 급속히 퍼졌었다. 당시 "연루된 공무원들이 가상화폐 투자에 참여했는지 의심이 된다"는 여론이 많았다.
상황이 이렇자 정치권에서는 가상화폐를 공직자 재산등록 대상에 포함하는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직자의 등록대상 재산에 500만원 이상의 가상통화를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준비하고 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공직자 및 공직후보자의 등록재산에 1000만원 이상의 가상통화를 포함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가상화폐를 재산 신고 대상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재산신고는 12월 말을 기준으로 하도록 돼 있다. 12월 말 기준으로 가상화폐 가격을 신고해야 하는데 가상화폐 시장은 1분 1초가 다르게 시세가 출렁인다.
정부 관계자는 "12월 말로 재산신고를 했다가 시세가 급상승하거나 하락해서 재산 변동폭이 크다면 다음해에 재산신고를 할 때 피곤해진다"며 "차라리 12월 말 이전에 가상화폐를 다 팔았다가 1월에 다시 사는 게 편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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