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親日) 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심은 금송(金松)이 잇달아 옮겨지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7일 경북 안동시 등에 따르면 도산서원 안에 심어져 있는 금송이 올 하반기 서원 밖으로 옮겨진다. 옮겨지는 장소로는 고직사(서원 관리인 살림집)나 서원관리사무소 주변, 주차장 등이 거론된다.
이 나무는 박 전 대통령이 도산서원 성역화 사업 준공을 기념하기 위해 청와대 집무실 앞에 있던 것을 1970년 12월 옮겨심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2년 만에 말라죽자 당시 안동군이 같은 수종을 구해 몰래 심은 것이다.
이는 ‘문화재 제자리찾기운동’ 등 시민단체가 문제를 제기해 알려졌다. 안동시도 이를 인정하고 2011년 12월 ‘동일 수종을 다시 심었다’는 내용의 표지석으로 바꿨다.
충남 아산시 현충사 안에 있는 금송도 사당 밖으로 옮겨진다. 지난해 11월 문화재청은 금송을 기념관과 사무실이 있는 건물 옆으로 옮기는 내용의 현충사 조경 정비 계획을 심의해 가결했다. 현충사 금송도 1970년 2월 박 전 대통령이 직업 심었다.
금송은 일왕(日王)을 상징하는 나무로 알려져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금송은 일본 특산종으로 고마야키(高野槙)라 불린다. 도쿄의 메이지 신궁 등에서 주로 볼 수 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열린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김종진 문화재청장에게 “일본 왜장을 상대로 전쟁을 벌였던 충무공의 사당에 (금송이) 식재돼 있는 게 우습다”면서 “이전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하게 말하기도 했다.
이동섭 국민의당 의원도 국정감사에서 “호국의 성지이자 항일 유적지인 현충사에 일본나무가 심어져 있다”며 “당장 뽑아라. 안 뽑으면 내가 가서 뽑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화재에서 퇴출당하기 이전 금송은 지폐에서 먼저 퇴출절차를 밟았다. 바로 1000원권이 신권으로 바뀌면서 뒷면의 배경이 도산서원 전경에서 계상정거도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2007년 이전까지 발행된 1000원권 지폐에는 금송의 모습이 뚜렷하게 보인다.
이는 정화사업을 하면서 전통 조경에 대한 이해나 전문성이 부족했던 것이 이유다. 조경문화가 발달한 일본의 양식을 그대로 가져오다 보니 이런 참사가 벌어졌다는 얘기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박정희 대통령 때 문화재 정비나 성역화 사업을 하면서 금송을 많이 심었다”면서 “조경문화가 발달하지 않다 보니 일본식 정원 조경형태를 따랐고 금송도 많이 쓰이게 됐다”고 말했다.
금송 이식을 두고 누리꾼들은 엇갈린 반응이다. 한 네티즌은 “2018년 개년도에 개 같은 짓거리들을 한다”며 역정을 내는가 하면 “대한민국 전국에 빨갱이들이 널렸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반대로 “속이 다 시원하다”는 누리꾼과 “잘라서 땔감으로나 쓰자”며 이를 환영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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