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국제대교 붕괴 '설계·시공·사업관리' 총체적 문제 드러나

1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평택 국제대교 건설사고조사위원회 김상효 위원장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해 8월 발생한 경기도 평택 국제대교 붕괴 사고와 관련해 설계, 시공, 사업관리 등 모든 과정에서 총체적 부실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 평택 국제대교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작년 8월 26일 평택호를 횡단하는 국제대교 건설 현장에서 상부 구조물인 거더 240m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이 공사의 발주청은 평택시이고, 시공은 대림산업 등 6개사, 설계는 삼안 외 3개사, 감리는 수성엔지니어링 등 2개사가 각각 맡았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계 단계에서 거더는 전단강도(자르는 힘에 저항하는 강도)를 검토할 때 강도에 기여하지 못하는 중앙부 벽체를 포함했고, 외측 벽체에 배치된 파이프 공간도 공제하지 않았다.

강선이 배치되는 상부 슬래브 두께는 30㎝로 얇게 계획됐고, 공사 시방서에는 상부 공사의 주공정인 압출 공정 관련 내용이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시공 단계에서도 이런 설계상 문제점에 대한 고려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 진행 중엔 바닥판 슬래브 두께가 얇은 점 등이 확인되지 않았다. 또 상부 거더 벽체 시공 이음부의 접합면 처리가 미흡했고 시공 상세도와 다른 벽체 전단철근이 설치됐다.

아울러 공사 도중 일부분이 파손되거나 강선이 뽑혀 보수 작업이 수차례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는 국부적 손상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공사 과정에서 생긴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시공자나 감리자의 기술적 검토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사업 관리자 역시 발주청에 하도급을 통보할 간접비까지 고려한 적정 하도급률을 산정해야 하지만 간접비를 고려하지 않고 산정해 하도급 적정성 심사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외에 공사와 품질 담당 직원을 정규직이 아닌 현장 채용직으로 배치하는 등 현장 관리가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책임 구조 속에서 현장이 운영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함께 조사결과가 발표된 작년 10월의 용인 물류센터 신축 공사 사고도 공사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흙막이와 건축 외벽이 무너지며 근로자를 덮쳐 사망자 1명 등 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공사 발주자는 양지SLC이며 시공은 롯데건설과 선경이엔씨, 설계·감리는 다원그룹건축사사무소가 맡았다.

용인 물류센터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흙막이를 해체할 때 시공 순서를 지키지 않은 것이 가장 중요한 사고 원인으로 나타났다.

흙막이를 해체할 때 구조체를 완성하고 외벽과 연결한 후 해체해야 하는데, 구조체가 미완성된 상태에서 외벽과 연결하기 위한 슬래브를 설치하지도 않은 채 흙막이의 지지 앵커를 먼저 해체해 토압을 지지하지 못한 흙막이가 붕괴됐다는 것이다.

시공자는 설계도서와 안전관리계획서상 내용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감리자는 흙막이 해체의 안전성을 확인하지 않았고 토목 감리원이 현장에 배치되지도 않는 등 현장 기술 관리도 소홀했다.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조사 결과와 제도개선 사항을 정리해 이달 중 국토부에 조사결과 보고서를 제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