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해외 법인 손실 눈덩이…4년간 10조원 가치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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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길 기자
입력 2018-01-1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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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유공사 5조8700억원 등 해외자원개발 3사 8조7600억원

  • "해외자원 개발, 장기적인 시각과 치밀한 전략으로 지속해야" 목소리도

[자료 = CEO스코어]


국내 공기업의 해외법인 가치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4년간 10조원 넘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석유공사 등 해외자원개발 3사의 가치 하락은 9조원에 육박했다.

이들 공기업의 해외자원 개발사업 수익성이 이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투자 자금 중 3분의1은 이미 손실이 확정됐으며, 회수율도 38%에 그쳤다.

다만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 특성상 해외자원개발은 필수이고, 투자금 회수까지 긴 시간이 필요한 만큼 긴 호흡으로 개발을 지속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7일 CEO스코어에 따르면 35개 시장·준시장형 공기업 가운데 해외법인을 설립하고 주요 경영지표를 공개한 15곳의 175개 해외법인을 분석한 결과, 2016년말 현재 취득가액은 총 28조5412억원으로, 4년 전보다 5조9947억원(26.6%) 늘었다.

반면 장부가액은 4조1322억원(18.1%) 줄어든 18조6661억원에 그쳤다.

취득가액은 증가했으나 장부가액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가치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장부가액에서 취득가액을 빼면 약 10조원의 가치가 사실상 날아간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기간 이들 해외법인의 매출 총액도 16조7274억원에서 10조5212억원으로 37.1%나 줄었다.

당기순손실은 368억원에서 2조172억원으로 55배나 폭증했고, 부채 총액도 34조858억원에서 59조2006억원으로 73.7% 늘었다.

공기업별로 석유공사의 경우 2016년 해외법인 취득가액이 4년 전보다 1조3635억원(10.8%) 늘었으나, 장부가액은 5조8676억원(49.5%) 줄어 차액이 7조2311억원에 달했다.

한국가스공사(-1조7604억원)와 한국광물자원공사(-1조1313억원)도 1조원 이상의 가치가 사라졌다. 한국동서발전(-1192억원), 한국남동발전(-828억원), 한국수자원공사(-142억원), 한국남부발전(-131억원) 등도 해외법인 가치가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석유공사·가스공사·광물자원공사 등 자원개발 3사의 가치하락이 8조7600억원에 달해 사실상 이들 공사의 손실이 대부분이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이들 공사의 해외 자원 개발 실태에 대해 자체 점검을 벌인 결과, 지난해 6월 기준 투자금 43조4000억원 가운데 13조6000억원(31.3%)의 손실이 이미 확정됐고, 지금까지 회수한 금액은 16조7000억원으로 38% 수준에 불과했다.

해외투자에 대한 경험과 역량 없이 고비용·고위험 사업에 투자, 세계적인 유가 하락세의 충격을 키운 탓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해외 자원개발 혁신TF'를 출범시켜, 오는 6월까지 81개 해외자원개발사업 실태조사 용역을 진행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한편 해외자원개발을 지속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자원의 해외의존도가 90%를 넘는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로서는 해외 자원개발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전문가는 "해외 자원개발의 경우, 투자금 회수에 1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 손해를 본다고 해서 자원개발을 포기한다면 에너지·자원 안보가 흔들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최근 해외자원개발과 관련해 조금씩 실적이 나오는 상황"이라며 "정치적인 문제로 접근하기보다 장기적인 시각과 치밀한 전략으로 자원개발을 지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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