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공영방송 장악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재철 전 MBC 사장이 17일 불구속 기소됐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역시 김 전 사장과 이 사건을 공모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17일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김 전 사장을 국가정보원법 위반(직권남용) 및 업무방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2010∼2013년 MBC 사장으로 재임하던 김 전 사장이 MBC 담당 국정원 정보관으로부터 'MBC 정상화 문건'의 내용을 전달 받아 문건의 방침을 실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기간 MBC에서는 PD수첩 등 간판 시사 프로그램이 폐지됐고, 최근 MBC 사장으로 돌아온 최승호 PD와 이용마 기자 등의 해고도 잇따랐다.
파업에 참여한 직원들은 업무와 무관한 일을 맡아야만 했다. 2012년 파업 참가 직원은 스케이트장, 관악산 송신소 등지로 전보됐다. 또 파업 참여 직원들 다수는 서울 신천역 근처 MBC아카데미로 보내져 '브런치 만드는 법' 등 업무와 무관한 교육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전 사장은 "제 목숨을 걸고, 단연코 MBC는 장악할 수도, 장악될 수도 없는 회사"라면서 자신의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작년 11월 김 전 사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영장을 기각했다. 증거가 대부분 수집됐고, 김 전 사장이 국정원의 방송장악에 가담했는지를 다투고 있다는 점 등의 이유에서였다.
아울러 검찰은 같은 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추가 기소했다. 김재철 전 사장과 공모해 MBC를 비롯한 공영방송 장악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한 혐의(국정원법상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다.
이미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이 주축이 된 '댓글 사건'으로 작년 8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구속수감 상태에서 3심 재판을 받고 있다.
작년 12월에도 검찰은 국정원 예산 65억원을 사용해 40여개의 여론 조작용 '사이버 외곽팀' 운영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로 원 전 원장을 추가 기소했었다.
앞으로도 원 전 원장은 추가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보수단체 불법 지원, 여·야 정치인 비방 공작 등 원 전 원장의 정치 공작 의혹을 계속 수사하면서 혐의가 확정되는 대로 순차적으로 추가 기소한다는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와 별도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원 전 원장이 재임 시절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에게 수억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 퇴임 직전 국정원 해외공작금 200만 달러를 유용해 자신이 유학 가려던 미국 스탠퍼드대에 보내도록 한 혐의, 사적으로 사용한 도곡동 안가 조성에 10억원의 국정원 예산을 낭비한 혐의 등도 수사 중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