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정부와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보고 미국 시카고선물거래소(CME)처럼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을 사고팔 수 있는 한국형 선물 거래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인정해 제도권 내에서 거래가 가능하도록 자본시장법 등을 개정한다는 의미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가상화폐 규제와 관련해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법무부와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하지만 최근 총리실이 금융위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전직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가상화폐 선물거래 시스템 도입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제도권 내에서 거래를 허용하기로 방향을 잡았지만 시세조작 행위나 자금세탁, 세금 탈루 등에 대한 관리감독은 더욱 철저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주도로 시카고식 선물 거래소를 벤치마킹, 한국 실정에 맞춰 도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각국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 간 가격 차이는 줄어들어 안정화는 기대되지만, 가격 변동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한 금융협회 고위 관계자도 "한국형 가상화폐 선물 거래시스템이 나오면 불법 거래와 외화 유출 방지 기능이 있을 것"이라며 "가상화폐가 금융상품으로 인정됨에 따라 과세대상에 포함돼 세금 부과 역시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각에서는 가상화폐 선물거래가 또 다른 투기세력을 양산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재영 고려대 교수는 "가상화폐는 프라이빗 머니다. 사적인 부분을 통제하면 투자자들의 반발이 커질 것"이라며 "미국은 기업이 하는 일에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인 반면, 우리나라는 그 반대다. 철저한 통제 아래 있는 중국과 비슷한 상황이지 미국 시스템과는 다르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우리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시장 통제를 예고한 상황에서 미국 시카소 선물시장과 비슷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우리나라는 가상화폐 시장이 미성숙할뿐더러 금융 선진국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또 다른 투기세력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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