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전쟁을 치를 후보군에 놓인 정치인들은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자천타천 이름이 거론되고, 승리를 장담하기 힘든 일부는 '눈치보기'로 일관한다. 일각에서는 중량급 후보들이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선거전은 지방의회의 의원들도 예외는 아니다. 자신이 속한 지방의회에 재입성을 노리기도 하고, 관할 집행부의 수장으로 도전장을 내밀어 정치적 입지를 한 단계 높이고자 한다. 또 기초의 경우 광역으로 나설지 갈림길에 선다.
어찌 보면 당사자들에게는 생과 사의 기로이지만, 당장 본연의 역할에 소홀해질 건 불보듯 뻔하다. 다시 말해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 보니 행정부 감시와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겠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는 것이다.
서울시의회는 다음달 21일 '2018년도 업무보고'를 시작으로 3월 7일까지 15일간 제278회 임시회를 연다. 이 기간에 결산검사위원을 선임하고, 여러 안건도 처리할 예정이다. 이어 한 달 뒤인 4월 4~13일 진행되는 제279회 임시회에서 시정질문이 주요 일정으로 잡혔다.
하지만 과거 행적을 살펴보면 '식물의회병(病)'이 또 도질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선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6·4 지방선거'를 앞둔 2014년 2월 18일 서울시의회는 오후 2시부터 첫 임시회 본회의를 열었다. 결과적으로 시의원들은 현장에 대거 불참하는 등 불성실한 모습을 나타냈다.
예컨대 시작 때에만 잠시 앉았다가 곧장 엉덩이를 들어 슬그머니 빠져나가는 '얌체족',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해 어수선한 분위기를 연출시킨 '지각족' 등 행태들도 다양했다. 이들을 향해 '지역구 챙기기'에 나서며 의정활동이 뒷전인 모양새라고 공통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심지어 개회식은 의원수 부족으로 예정보다 20분가량이 지나 열리는 꽤 불편한 상황도 연출했다. 이날 재적의원 114명 가운데 77%(88명)만 참석한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저마다 불가피한 사정도 있었겠지만 평소 참석률이 90%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터무니없이 저조했다.
문제는 그 이전인 2010년에도 반복됐다는 것이다. 시의회 홈페이지를 뒤져보면, 그해 2월 1일의 제220회 개회식에는 84명이 출석했고, 열흘 뒤 개최된 2차 본회의 땐 55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의사정족수를 겨우 맞추는 터라 의결(재적 50% 참석, 출석 50% 찬성)은 엄두도 못냈다.
이를 지켜본 시민들은 '아까운 시간만 허비했다'는 반응을 일관되게 보였다. 현재의 시의회 역시 구태가 반복될 조짐이 엿보인다. 상당수가 구민들로부터 다시 선택을 받으려 연초부터 선거운동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재선(43명)을 비롯해 3선 이상(11명)의 타이틀을 가진 시의원들은 단체장에 눈독을 들이기도 한다.
목전의 선거도 중요하지만 앞서 자신을 뽑아준 지역주민에 대한 '유종의 미'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의 의결기관으로, 주민에 의해 선출된 의원들로 구성된다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다. 아울러 의결권 이외 주민을 대표해서 지자체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기능도 맡는다.
4년 임기의 제9대 서울시의회는 올해 6월 30일 종료된다. 지방의원은 지역민의 '머슴'을 자처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혈세를 들여 활동비 같은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다. 평소 진정한 지방분권 및 자치를 강조하는 시의원들은 앞으로 남은 5개월의 임기 동안 본연의 임무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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