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이상 노인을 베테랑 연구원으로 채용합니다. 자녀와의 관계가 원활하며, 학력, 직업 배경은 무관합니다. 연봉은 35만에서 40만 위안(약 6600만원)입니다. 노인 커뮤니티에서 비교적 영향력이 있는, '광장춤(廣場舞)' 리더나 커뮤니티 거주위원회 회원을 우대합니다.”
최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알리바바 그룹 산하 온라인쇼핑몰 타오바오몰(淘寶網)이 올린 노인 채용 공지의 일부분이다. 뜬금없이 온라인쇼핑몰에서 6000만원이라는 고액 연봉에 노인을 채용하려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타오바오몰이 바링허우(80后), 주링허우(90后) 등 젊은층에서 노인층으로 소비자 타깃을 넓히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중국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친칭(親情)’, 즉 ‘혈육의 정’이라고 이름 붙인 이 앱 버전을 통해 알리바바는 중장년층부터 미성년 자녀들까지 전 세대가 서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중장년층의 인터넷에 대한 친근감도 높이고, 중장년층과 젊은층과의 상호 친밀도를 높이는데 목표가 있다고 타오바오몰 관계자는 전했다.
연구원으로 채용된 노인들의 주 업무는 중장년층 시각에서 '친칭' 버전을 체험하면서 문제를 발견하고 피드백을 주는 것이다. 정기적으로 좌담회나 강의를 열어 주위 중장년층에게 친칭 버전을 소개하고 체험하도록 하고 설문조사 등을 통해 중장년층의 체험 경험이나 수요를 피드백받는 것이다. 사실상 타오바오몰과 노인 소비자를 이어주는 교량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래서 채용조건도 독특하다. 앞서 언급한 것 외에도 1년 이상 온라인쇼핑 경험은 필수이며, 3년 이상은 우대한다. 양호한 소통 능력을 가지고, 남을 잘 배려하고 이해하는 사람, 이용자의 생각을 잘 파악하고, 신속하게 문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심리학, 사회학 등 관련 서적· 컨텐츠를 보는 걸 즐기는 사람, 공공사업이나 커뮤니티 사업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사람 등도 우대한다.
차오레이(曹磊) 중국전자상거래연구센터 주임은 "타오바오몰이 노인 소비층을 겨냥했다는 중요한 신호"라며 "최근 중국 노인층 구매력이 강해지고 소비관념도 점차 개방되면서 전자상거래 영역에서 중장년층이 거대한 고객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중국에서 구매력을 갖춘 노인인구가 늘어난 가운데 온라인쇼핑도 더 이상 젊은이의 전유물이 아닌 게 됐다.
알리바바 통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중장년층 온라인 쇼핑족이 늘고 있다. 타오바오몰과 티몰(天猫網)에서만 3000만명의 중장년층이 온라인쇼핑을 즐긴다. 이중 50~59세의 은퇴 노인이 주력군으로, 전체 중장년층의 75%를 차지한다. 또 지난해 50세 이상 중장년층의 1인당 온라인쇼핑액은 5000위안에 육박했으며, 1인당 구매상품은 44건에 달했다.
특히 부모 세대들이 가장 좋아하는 온라인쇼핑 품목은 휴대폰, 모바일충전카드, 원피스, 티셔츠, 낮은 굽 구두, 바지, 목욕용품, 에어콘 등으로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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