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의 정신콘텐츠, 화랑에 대한 편견들은 왜 생겼는가
누구나 화랑을 알지만 아무도 화랑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 치고 어린 시절 역사 공부 시간이나 이야기 속에서 화랑이라는 존재를 만나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만, 화랑을 보다 진지하게 새겨볼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저 훑으며 스쳐가는 역사 저쪽의 대상이었을 뿐이다. 화랑은 오히려 일제(日帝)나 군사정권에 의해 의도적으로 강조되면서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는 상무(尙武)의 상징으로만 각인된 점도 있다.
# 화랑과 풍류는 겨레정신의 비밀
화랑정신은 우리 겨레가 지닌 최고의 무형문화자산이라고 할 만하다. 이것은 영남이라는 지역을 기반으로 피어나 이 땅의 전체 정신지형을 이룬, 보기 드문 문화콘텐츠이다.
화랑의 재발견.
(1)그것이 지닌 가장 핵심적인 가치는 풍류(풍월도)의 재발견에 있다. 화랑은 신라의 힘과 문화를 이해하는 길만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 전체 역사를 통틀어 내부에 도도히 흐르고 있는 겨레정신의 비밀을 찾는, 집단자아의 탐사와도 같은 것이다.
(2)교육과 문화가 국가의 국제적 경쟁력을 돋우던 비밀을 품고 있다. 고대의 세계 속에서 활발한 교역을 통해 문화를 찬연히 꽃피운 글로벌 신라를 만든 저력이 어디에서 나왔던가. 역사 속의 과거는 그냥 과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위한 지침을 던진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지금 세계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얽히는 가운데 그 위상을 키워가고 있는 글로벌 코리아를 제대로 정립하기 위한 역사적 벤치마킹 또한 화랑의 재조명에서 나올 수 있지 않겠는가.
(3)화랑은 매력적인 스토리 자산이다. 하나하나 생사를 넘나든 드라마틱한 삶의 이야기이며 팬터지와 웅장한 광경을 담고 있기도 하다. 화랑들의 이야기와 캐릭터는 영화나 게임과 같은 현대적인 콘텐츠로 개발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자원이다.
(4)유럽정신을 만들어낸 그리스의 기상(氣象)과 비견될 만하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건전한 정신은 건전한 육체에 담긴다고 외치며 인간미를 추구했던 것과 화랑의 이미지는 상당히 근접한다. 그리스 문화와 신라 문화가 화려하게 꽃필 수 있었던 것은, 인간관의 공통점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이제 우리는 역사 속에서 시효가 끝난 ‘박물관 속의 화랑’이 아니라, 현재 우리의 삶과 생각과 문화 속에 살아숨쉬는 화랑을 찾아나설 것이다.
(5)국가와 겨레의 정체성을 천명하는 작업으로 화랑보다 더 힘있는 것이 있을까. 화랑은 신라의 수도인 경주 일대의 명품문화일 뿐 아니라, 영남과 강원도 일대에 걸쳐있는 자취들과 생생한 동선(動線)들을 아울러 갖추고 있다. 그리고 그 정신은 한반도 전체를 포괄하는 민족정신이며, 또한 세계와 호흡하는 글로벌정신이다.
# 화랑의 역사를 모르고 한국사를 말하는 건 골을 빼고 정신을 찾는 것
화랑이 지닌 잠재력은, 지금 우리의 미래를 새롭게 해줄 문화에너지가 될 것이다. 화랑이란 컨텐츠를 외면하고 무엇으로 정체성을 말하겠는가. 이 정신자원을 가치있게 복원하고 재창조하는 일은 이 땅을 진정한 문화국으로 만드는 의미있는 정책이 아닐 수 없다.
단재(丹齋) 신채호는 이렇게 말했다.
“조선이 조선되게 하여온 자가 화랑이며, 그러므로 화랑의 역사를 모르고 한국의 역사를 말하려는 것은 골을 빼고 그 사람의 정신을 찾음과 한 가지인 우책(愚策)이라.”
‘화랑외사’를 쓴 범부(凡父) 김정설은 또 이런 말을 했다.
“화랑은 우리 민족생활의 역사상에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된 일대 사건이다. 그러므로 화랑은 언제나 마땅히 국사상의 학리적 구명이 요구되는 일대의 과제로서 우리 학도에게는 모름지기 노력연찬의 일대 숙적이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상국(아주T&P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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