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두번째 책내는 북한 작가, 대체 어떻게 가능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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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무 기자
입력 2018-01-19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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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거주 작가 반디, 시집 '붉은 세월' 출간…탈북자 통해 몰래 원고 밀반출

  • 2014년 발간된 전작 '고발' 전세계 27개국에서 출판…북한 주민 실상 고발하고 김씨 일가 비판

[사진=조갑제닷컴]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 북한. 실상은 알려지지 않은 채 뒷말만 무성하다. 이따금 탈북민들을 통해 제한적으로 주민들의 삶이 겨우 한 조각씩 알려질 뿐이다.

북한 작가 반디가 직접 북한 사회를 고발한 시집 '붉은 세월'이 20일 국내에서 발간된다. 반디는 필명이다. 본명은 물론 신원도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 북한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발간되는 시집은 국내에 발간되는 반디의 두 번째 저서다. 지난 2014년 반디의 소설집 '고발'이 출간된 적이 있다.

이름도 얼굴도 알려지지 않은 북한에 살고 있는 작가가 어떻게 남한에서 책을 펴낼 수 있었을까. 뉴욕타임즈는 지난해 3월 한 편의 첩보영화에 가까운 과정을 소개한 바 있다.

반디는 2012년 탈북을 결심한 친척에게 자신이 몰래 써 온 원고를 가져가달라고 부탁했다. 김씨 일가의 공포 통치에 대한 비판을 담은 소설이었다. 부탁을 받은 친척은 자신의 탈북을 도와준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에게 반디와 원고의 존재를 알렸다. 도 대표는 중국 동포를 고용해 관광객 신분으로 북한에 보낸다. 반디와 어렵게 접촉해 원고를 얻었지만 가지고 나가는 것이 문제였다. 이들은 반디의 원고를 '김일성 선집' 사이에 껴서 겨우 반출에 성공한다.
 

소설 '고발'의 프랑스어판.[사진=아마존 UK]



힘들게 국내에 반입된 원고는 출간에 어려움을 겪는다. 작가가 실존 인물인지 확인할 방도가 없는 까닭이다. 그러나 '고발'은 보수 매체 '조갑제닷컴'을 통해 세상에 처음 나온 2014년 이후 27개국에서 출판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뉴욕타임즈는 "익명의 북한 반체제 작가가 쓴 혹독한 픽션"이라고 호평했다. 지난해 2월 국내에서 재출간되기도 했다. 일종의 역수입인 셈이다.

이번 작품 '붉은 세월'은 시집이다. '고발'과 함께 북한에서 반출된 친필 원고를 토대로 조갑제닷컴에서 출판됐다. 출판사의 '명성'에 지레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수록된 작품 50여 편을 읽어보면 한국 서정시 특유의 운율과 비슷한 리듬감이 느껴진다. 그러나 작가가 그리는 북한 인민의 실생활은 그야말로 비참할 따름이다. 사랑과 자유를 갈망하는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이 담긴 시들은 남녘의 독자들에게도 충분히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만하다.

시인 정호승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김소월 시의 정서와 가락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그의 시에 내재된 이 서정성 때문에 북한 인민들의 고통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고 해설했다.

"아이제비 어른제비 늙은제비 부부제비 / 쓰레기를 뒤져대며 다리 밑을 헤메이며 / 먹이 찾아 요리조리 잘 곳 찾아 이리저리 / 제비처럼 헤맨다고 꽃제비라 달아줬소 / 지지배배 우리는 세상에 없던 새 / 지지배배 우리는 로동당이 낳은 새" (꽃제비 노래)

"백 군데를 기워 입어 / 그 이름도 백결선생 / 방아타령 빈 방아만 / 쿵덕쿵 한생 찧었다더니 / 부대기밭(산에 불을 놓아 초목을 태어버리고 일군 땅) 노닥노닥 / 그 이름도 백결강산 / 찧어도 찧어도 텅덕쿵 / 가난 방알세 텅덕쿵 / 백결강산의 텅텅방아 / 온 세상에 소문났소 / 쌀 좀 주소 텅덕쿵 / 돈 좀 주소 텅덕쿵" (백결강산 텅텅방아)

"열두 시간이나 늦은 주제에 삥삥거리기는 / 허세일랑 그만 떨구서 떠나기나 해라 / 덜컹덜컹 덜컹덜컹 시간표도 없는 렬차(열차) / 덜컹덜컹 덜컹덜컹 망태기(전혀 쓸모없이 돼버린 것) 렬차" (붉은 기관차)

"꽃나이에 헤어져 긴긴 40년 / 하루같이 기다린 못 잊을 님아 / 이제는 귀밑머리 희어졌어도 / 기다리는 내 마음은 꽃나이 그때" (일편단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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