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장과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이 사임하면서 한국경제의 거시경제를 이끌던 컨트롤타워 계보가 끊겼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거시경제는 생산량, 국민소득을 중심으로 물가, 실업, 이자율, 국제수지 등을 다루는 경제학 대표 분야다. 임금, 고용 등을 분석하는 미시경제와는 그 규모와 전문성이 다르다.
현재 문 정부가 추진하는 ‘J노믹스’는 미시경제에 가깝다. 정부 스스로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고 최저임금 인상 등에 집중하는 모습에서 거시경제는 뒷전으로 밀린 셈이다.
장 실장은 뉴욕주립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를 졸업했는데, 주로 증권과 금융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박사학위도 경영학에서 받았다. 일자리와 대기업 재벌개혁을 추진하는데 복잡한 거시경제가 필요하지는 않다. 자연스레 거시경제를 후순위로 둔 배경이다.
김 부총리 역시 서울대부터 미시간대 대학원까지 줄곧 정책학에 집중했다. 1983년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 사무관으로 잠시 거시경제 쪽을 경험한 이후 줄곧 재정 분야에서 성장했다. 이렇다보니 자신의 확실한 정책적 색깔을 내기 보다는 대통령 기조에 맞춘 정책 안정화에 특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 정부는 지난해 조기대선에 구성된 문재인 캠프부터 거시경제 전문가를 영입하는데 인색했다. 관료 출신에서는 박봉흠‧변양균 전 기획예산처 장관 등 주로 참여정부 시절 원로들이 참여했다. 대부분 은퇴한 인사들이어서 문 정부 핵심 인물로는 부족하다.
정책자문을 맡았던 교수 출신 역시 거시경제 분야는 찾기 힘들다. 문 캠프에서 ‘J노믹스’를 설계한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가 그나마 거시경제 전문가에 가깝다.
다만 김 교수는 J노믹스 핵심으로 일자리를 꼽았다. 문 정부가 일자리와 같은 미시경제로 선회한 단초를 제공했다는 지적을 받은 이유다.
거시경제 전문가는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세계경제가 워낙 복잡하게 얽히고, 짧은 주기로 다양한 변수가 발생하다보니 중장기 경제 전망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경제연구소나 증권‧금융 리서치 기관들도 거시경제 전공을 기피한다. 여러 통계와 지표로 간단하게 돌릴 수 있는 미시경제 선호 분위기는 포괄적인 정책과 흐름을 잡지 못하는 결과로 빚어지는 상황이다.
참여정부 시절 한국개발연구원장을 역임한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는 우리나라에 거시경제 전문가가 줄어들고 있는 부분을 우려했다. 정부가 각종 대외변수에 대응하지 못하는 부분도 거시경제에 무관심한 결과라는 것이다.
김 전 총재는 지난 2013년 IMF‧WB 연차총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대한민국에 거시경제 계보가 끊길 위기에 처했다”며 “정부가 거시경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한국경제가 외풍에 휘청거릴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경제전문가들도 김 전 총재와 같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혁신성장 등 문 정부의 중장기 계획이 아직까지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것도 미시적 접근법이라는 지적이다.
한 경제 전문가는 “최근 J노믹스 경제정책을 들어다보면 정부 스스로 거시경제를 포기한 모습”이라며 “한국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거시경제 전문가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 1~2년을 내다보는 미시경제로는 단기적 정책만 남발하고 자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