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연한 40년 연장-전문가 진단] "공급부족 심화... 40년 이상된 단지만 반사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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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관·홍성환 기자
입력 2018-01-2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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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규제 내성 생겨...풍선 효과 우려만

  • -재건축 추진 주민 반발 법적 대응 잇따를 듯

서울 강남권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공동주택 재건축 연한을 30년에서 40년으로 되돌리고 안전진단 제도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나선데 대해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전문가들은 규제 강화로 당장 재건축 동력을 떨어뜨릴 수는 있지만 집값을 낮추는데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재건축 억제로 공급 부족이 심화될 수 있는데다, 40년 이상 아파트 또는 새 아파트가 반사 이익을 누려 집값 상승을 더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임채우 KB국민은행 WM스타즈 부동산전문위원은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여러 가지 대책이 계속 나오면서 시장에서 내성이 생겨 재건축 연한 강화가 큰 효과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30년이 넘어 이미 재건축에 들어간 아파트나 입주를 시작한 새 아파트로 수요가 옮겨가 오히려 집값이 더 올라갈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실장은 "지금 서울 집값이 계속 오르는 문제는 공급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인데 재건축 연한을 늦추는 것은 근원적인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에 집값 안정 측면에서 기여할 효과가 많지 않다"면서 "재건축이 뒤로 밀리면 서울 도심 내부의 주택 공급이 더욱 어려워 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도 "재건축 연한 30년을 채운 단지들을 중심으로 호가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데 연한을 늘리면 당장 재건축 아파트 가격을 진정시킬 수는 있지만 도심 공급 물량이 줄어 중장기적으로 수급에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재건축 연한을 늘리면 신규 공급이 더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기존 재건축 가능 단지 등의 집값이 계속 오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억제를 통해 투기 수요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택 노후화에 따른 주거 편의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덕례 실장은 "최근 지어진 집들은 제로 에너지, 친환경 건축, 안전 등 기능이 우수하지만 30~40년 된 집들은 성능적인 면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집값 안정의 효과가 기대되더라도 주택 노후화에 따른 비용 손실이 발생하는 것을 고려하면 재건축 연한을 늘리는 것이 최선의 선택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은 "오래된 건축물을 어떻게 수선하고 정비하고 하는 그런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면서 "재건축 연한을 시장 관리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임채우 위원도 "지은 지 30년 정도된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 가운데 소음 등 주거 불편 문제로 재건축을 빨리 하고 싶은 수요가 있을 텐데 이런 사람들 입장에서는 정부에서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남수 팀장은 "이미 수요 억제 정책은 충분히 발표된 상황이기 때문에 재건축, 재개발 활성화를 통해 공급을 늘리고 용적률 완화 등으로 소형·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정부가 재건축 연한을 쉽게 늘리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건축 연한이 다 돼 사업을 추진하려던 아파트 주민들이 크게 반발할 수 있어 개정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가 재건축을 40년으로 되돌릴 경우 올해 30년이 돼 사업을 추진하려던 사람들이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나온다. 앞서 잠실주공5단지 주민들은 지난해 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로 하고 관련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강남권의 재건축 사업을 규제하기 위해서는 서울시와도 협의가 필요하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현재 재건축 연한에 관한 법령은 자치단체 조례에 위임한 상태이지만 지방정부는 중앙정부 정책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면서 "구체적인 건 향후 상호간 액션에 의해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임채우 위원은 "재건축 연한 검토 발언은 집값을 잡기 위한 심리 작전으로 보인다"면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한 상황에서 대책을 또 내놓으면 너무 중구난방으로 정책이 나오는 꼴이 돼서 정부도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 강남 이외의 지역은 매물도 없고 거래가 되지 않고 있는데 한두 건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이것이 시세로 여겨지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며 "계속 땜질식으로 대책을 내놓는 것보다는 올해가 시작된 지 아직 한 달밖에 안 됐으니 좀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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