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100 - 분양광고

[이승재의 하이브리드角] 단톡방 직접민주주의와 ​블록체인 그리고 ‘정치 신세계’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승재 정치・사회부 부국장
입력 2018-01-21 17:36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미세먼지 저감대책을 단톡방 투표로?= 최근 몇 년 연말 송년 모임에 큰 변화가 있었다. 카카오톡 혹은 네이버 밴드를 통해 모임 날짜를 구성원들이 직접 투표로 정한다. 과거 어느 동아리든 ‘총무’의 최대 고민은 모임 시간과 장소였다. 회원이 10명이든 100명이든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일 날짜를 선정하고, 무난한 장소와 메뉴를 정해야했다. 하지만 요즘은 단톡방, 밴드에 공지를 띄우고 투표로 정하면 끝이다. 이게 직접민주주의다. 직접민주주의에는 고대 그리스 광장의 민주주의, 스위스의 직접투표제가 있다. 캘리포니아 등 미국 일부 지역에서 실시하는 주민발의제도 역시 직접민주주의다. 일정 수 이상의 주민들이 특정 정책의 변경, 신설, 폐지를 제안하고 이를 투표로 결정한다. 프로포지션(Proposition) 00 혹은 A 처럼 숫자나 알파벳을 붙이는데, 매번 찬반 논란이 뜨겁다. 선거 때마다 열띤 토론과 시위가 벌어진다. 그 열기가 바로 미국식 풀뿌리민주주의의 힘이다. 만약 최근 큰 논란이 됐던 서울시 미세먼지 저감 대책(대중교통 무료 이용 등)을 모든 서울시민들이 참여하는 단톡방에 직접 묻는다는 어떨까. 이게 바로 IT가 가져오는 직접민주주의다.

#전자투표 한계 넘는 블록체인= 이렇게 내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결정 과정에 내가 직접 참여하는 게 바로 직접민주주의다. 그런데 이를 실제 선거, 투표에 적용할 경우 조작 가능성, 해킹 우려 등의 부작용이 만만찮다. 그 해답을 비트코인의 근원인 블록체인에서 찾아보자. 비트코인은 가상화폐라고 부르지만 암호화폐라는 명칭이 더 정확하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이 가져온 암호화된 신세계의 극히 일부다. 블록체인이 바꾸고 있는 세상은 화폐 말고도 많다. ‘블록(Block)’을 잇따라 ‘연결(Chain)’한 집합체를 말하는 블록체인은 한마디로 인터넷의 지방자치화 나아가 궁극적인 개인화다. 중앙서버라는 중앙집권적 체계가 가진 한계와 단점을 해결한다. 투명하게-실시간으로-참여자 모두가 진실을 확인하고 공유한다. 블록체인을 선거에 적용하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직접민주주의가 가능하다. 단톡방에서 송년 모임 날짜를 정하는 것에서 나아가 우리 개개인이 의견이 암호화돼 정확하게 집계·반영된다. 블록체인 기반 투표는 조작, 해킹을 근본적으로 막는다. 한 표가 담긴 블록 정보가 암호로 연결돼 조작이나 해킹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18대 대통령선거에서 제기됐던 투개표 조작 의혹은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블록체인, 국회의원 저감 대책= 블록체인 기반의 직접민주주의는 이미 시작했다. 스페인의 포데모스(Podemos), 호주의 플럭스(Flux)라는 이름의 정당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당원의 직접투표로 운영된다고 한다. 유럽의 신흥경제국 에스토니아와 북유럽의 덴마크도 블록체인 정치가 급속도로 퍼지는 중이다. 우리는 경기도가 지난해 첫발을 내딛었다. 경기도가 지원했던 ‘따복공동체(따듯하고 복된 공동체) 주민제안 공모사업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주민들이 제안한 공모사업의 심사를 따복공동체 참여자 전원이 직접 진행했다. 블록체인을 이용한 투표방식이었기에 가능했다. 기존에는 공동체 대표들만 투표에 참여할 수 있었지만, 블록체인을 이용함으로써 공동체 구성원 전체가 투표에 참여해 개개인이 원하는 복지의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블록체인을 '신뢰 머신(The trust machine)'이라고 표현했다. 이 '신뢰 머신'은 각 개인들이 정치의 주인이 되는 직접민주주의를 현실화한다. 대의민주주의를 위해 탄생한 정치인이라는 직업, 국회라는 기관이 사라지거나 최소화될 것이다. 정치인과 국회를 욕하고 싶어도 욕할수 없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