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랑은 무엇인가 - 꽃남자의 부활
화랑(花郞)의 뜻은 무엇인가. 한자를 풀면 ‘꽃남자’ 혹은 ‘꽃미남’이라는 요즘의 속어와 겹쳐진다. 꽃이라는 말은 아름다움을 의미한다. 특히 완전히 핀 꽃이 아니라 막 피기 시작한 어린 꽃이라는 뜻을 품는다. ‘꽃남사회’인 신라와 대한민국은 경제적 성취를 바탕으로 문화적 성장을 시작한다는 점에서 닮은 점이 있다.
남성에게 아름다움을 요구하는 사회는 그 구성원들이 일정한 자신감과 여유를 지니고 있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신라의 꽃남은 자발적인 결집으로 중요한 역할을 자임한 반면, 현대의 꽃남은 소비사회의 진화 속에서 여성에게 주목받는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존재라는 점이 다르다.
그렇다면 과연 화랑은 어떤 복식을 갖추고 있었을까. 스스로 이름에 ‘꽃’을 붙인 것은 그들의 옷이 꽃의 빛깔인 원색을 띠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염색기술이 허용하는 한 가장 화려한 의상을 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직관적인 꽃의 이미지로만 본다면 붉은색이 유력하다. 붉은 옷을 입은 미소년들이 신라의 통일 영토를 호쾌하게 누비는 장면. 이것이 천년 전 이 강토 곳곳에 꽃처럼 타오르던 화랑의 컬러풀한 면모이다.
# 원화는 무엇인가 - 아름다움은 신에 대한 예의
화랑 이전에 여성인 원화(源花, 原花)라는 존재가 있었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는 모두 원화였던 남모와 준정(교정이라고도 한다)의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24대 진흥왕은 미녀 두 사람을 뽑아 원화로 삼았는데, 그 아래 몰려든 남성이 300명가량 되었다. 왕이 이들을 뽑은 이유로, 나라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면서 행실을 살피기 위해서였다고도 하고(삼국사기), 신선을 숭상하는 왕인지라 그들을 선발했다고도 한다(삼국유사). 인재 발탁을 위한 예비스쿨로 운영되었다는 것은 이해가 쉬운데, 신선과는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일까.
원화의 역할이 신과 소통하는 성스런 메신저(무당)였기 때문이라는 풀이가 있다. 즉, 고대 원시종교의 제사의식을 이들이 맡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화랑이나 원화의 아름다움이 중요시된 사정이 짚인다. 신과 만나는 인간으로서 갖추는 아름다움은 신에 대한 예의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준정이 남모를 질투하여 그녀에게 술을 먹인 뒤 북천으로 끌고 가서 강물에 빠뜨려(혹은 돌로 쳐서) 죽이는 사건이 일어난다. 어떤 사람이 이 사실을 알고 노래로 지어 거리에서 아이들이 부르게 한다. 남모를 추종하던 무리들이 노래 속에 나오는 장소에서 남모의 시신을 찾아냈고, 그들은 준정을 죽인다(왕이 사형했다고도 한다). 진흥왕이 이 사건을 알고는 원화를 폐지한다. 그뒤 여자 대신 남자를 뽑아 다시 운영을 했는데 이를 화랑이라고 불렀다.
원화란 이름은 원화랑(源花郞(娘))의 준말이라는 주장도 있다. 남모와 준정 또한 화랑이라고 불렸을 가능성이 있다. 화랑이 여성에서 남성으로 교체되면서 화랑(花娘, 삼국유사에는 이렇게 표기되어 있다)이 화랑(花郞)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이런 성별 교체는 우두머리가 달라졌다는 얘기이며, 낭도들은 여전히 남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준정과 남모의 설화는 신과의 제의 의식을 주도하는 중심이 여성에서 남성으로 넘어간 이행기를 표현하는 스토리일 가능성도 있다. 이상국(아주T&P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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