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남한 사회를 들었다 놓은 지난 주말이었다. 현 단장은 21일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을 이끌고 1박2일의 일정으로 방남했다. 현 단장의 패션부터 식사 메뉴까지 일거수일투족이 화제에 올랐다.
지난 2013년만 해도 현 단장은 죽은 사람이었다. 현 단장이 공개 처형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조선일보는 '중국 내 복수의 대북 소식통'의 입을 빌려 현 단장을 비롯한 은하수관현악단 9명이 음란물 촬영·배포 혐의로 총살됐다고 보도했다.
사실은 달랐다. 현 단장은 2014년 군복을 입고 건재를 과시했다. 대좌(대령) 계급장을 단 현 단장은 모란봉악단장의 자격으로 제9차 전국예술인대회에 멀쩡하게 참석했다.
국내에서 '죽였다 살린' 북측 인사는 현 단장뿐만 아니다. 리영길 전 조선인민군 총참모장 또한 오보의 주인공이다. 지난 2016년 2월 10일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된 날이다. 통일부는 복수의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리영길 당시 총참모장이 처형됐다고 밝혔다. 남한의 합동참모본부의장에 해당하는 고위급 인사가 비리 혐의로 처형됐다는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그러나 리 전 총참모장은 살아 있었다. 리 전 총참모장은 처형 소식이 전해진 뒤 3개월만인 같은 해 5월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에 선출됐다. 알고 보니 처형이 아니라 계급 강등이었다. 제1부총참모장으로 자리를 옮긴 리영길은 지난해에도 김정은 위원장을 수행하는 모습이 수차례 포착됐다.
현송월 단장과 리영길 부총참모장의 사례와는 스케일이 다른 오보도 있었다. 1986년 '김일성 사망 오보 사건'은 세계적인 소동을 일으킨 경우다.
"북괴 김일성이 총 맞아 피살됐거나 심각한 사고가 발생, 그의 사망이 확실시된다. 휴전선 이북의 선전마을에는 16일 오후부터 반기(半旗)가 게양됐으며, 휴전선의 북괴군 관측소 2개소에선 이날 '김일성이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했고, 4개소에선 '김정일을 수령으로 모시자'는 대남 방송을 했다."
11월 16일 일요일. 조선일보는 호외를 통해 이같이 보도했다. 전세계의 눈이 조선일보를 향했다. '세계적 특종'이라는 자화자찬은 48시간만에 '국제적 망신'으로 밝혀진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한국 현대사 산책'을 통해 "이 오보는 11월 15일 일본 공안조사청이 김일성이 암살됐다는 첩보를 입수한 것에서 비롯됐는데, 이 소식이 일본 증권가와 외교가에 전해져 관심을 끌던 중 11월 16일 조선일보가 '김일성 피살설'을 도쿄발로 보도한 것"이라며 "한국 언론사에서 최대의 오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은, 근본적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북한의 특성 탓이다. 정부에서 흘러나오는 파편적인 소식 외에는 별도의 접근 창구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환경을 알리바이 삼아 정부기관이나 언론이 사실 확인을 게으르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 뉴스에는 '오보'가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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