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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판] 깜깜 삼성, 생사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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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18-01-24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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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 주요 언론·전문가 반응

  • 일 경제저널리스트 카타야마 "신규 투자 결정, 샐러리맨 출신 경영진으론 한계"

  • 미 전 중기청 수석고문 와인버그 "새 성장동력 확보 난항, 제2 소니로 전락 우려"

  • 프랑스 경제지 라트리뷴 "이부회장은 희생양... 원치 않는 것 없애려다 소중한 것 잃어"

 


'세기의 재판'으로 주목받아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 판결 선고가 2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주요 해외 언론과 전문가들은 재판 결과가 삼성과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다양한 관측을 내놓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제전문매체인 포브스를 비롯한 여러 외신에서 지적했던 ‘정치적인 판단’이 이번에는 배제될지 여부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 부회장 장기 구속 시 삼성과 한국경제에 악영향
2심 재판부는 다음달 5일 이 부회장에 대한 선고를 내린다. 삼성그룹이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대기업인 만큼 주요 해외언론들도 이번 재판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일단 해외 주요언론들은 이 부회장의 부재에 따른 삼성의 위기가 해소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장기구속으로 삼성의 앞날이 불확실해졌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2일 일본의 칼럼 사이트인 ‘블로거스(BLOGOS)’에는 ‘연간 영업이익이 50조원 넘는 삼성의 수장은 유죄인가 무죄인가’라는 제목의 기고가 게재됐다. 일본의 저명한 경제저널리스트인 카타야마 오사무가 올린 글이다. 그는 ‘삼성의 전략적 관리’, ‘소니의 법칙’, ‘도요타의 방식’ 등의 저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이 글에서 “50조원을 넘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과거 투자전략의 결과로 향후 새로운 투자 결정은 누가 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샐러리맨 출신의 경영진들은 위험부담을 안고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또 “이 부회장이 (2심 선고에서) 무거운 형량을 받아 장기 구속 사태가 지속되면 삼성의 경영악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는 한 기업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매트 와인버그 전 미국 중소기업청 수석고문(오바마 행정부)도 허핑턴 포스트에 실린 기고를 통해 “삼성전자가 제2의 소니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일본의 소니는 1970~1980년대 세계 가전시장의 패권을 휘어잡았으나,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실패하면서 이제는 실패한 기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이 같은 주장들은 경고로 끝나지 않고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국제무대에서도 설 자리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

이 부회장이 아시아의 다보스 포럼으로 평가받는 '보아오 포럼' 상임이사 자리에서 오는 4월을 기점으로 물러나는 게 대표적인 예다. 그가 지난해 이탈리아 자동차업체인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FCA)의 지주회사 '엑소르'의 사외이사직에서 물러난 지 반년 만이다.

미국 경제매체 포춘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 삼성은 지난해 순위권에서 밀려난 이후 2년째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삼성은 2009년부터 해마다 순위권에 들어 최고 21위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갤럭시 노트7 발화 사태, 이 부회장의 검찰 수사 등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조사에서 순위권에서 밀려났으며, 올해도 진입에 실패했다.

◆기업인이 '정치 희생양' 돼선 안돼
해외 전문가들과 유력 매체들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러일으킨 ‘반기업 정서’가 2심 선고에도 영향을 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들은 이 부회장의 재판이 과거 한국 사회에서 당연시했던 ‘정경유착’ 문화에서 탈피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하면서도 일부 기업을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포브스는 ‘시험대에 오른 체제: 한국의 정치개혁은 연출이 아니라 증거가 필요하다’는 기고문에서 "이 부회장의 1심 판결은 법치가 아닌 정치적 영향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 부회장의 재판에서 대가를 위해 지원을 제공했다는 구체적 증거들이 없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이 기고문은 미국 유명 정책 비평가인 아이크 브래넌과 제어드 휘틀리가 공동 작성한 것으로,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구속이 의미 있는 정치개혁이 이뤄지는 증거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너무 순진한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달 프랑스 주요 경제지 라 트리뷴도 이 부회장을 '희생양'으로 표현하면서 최근의 한국 상황을 강하게 비판했다. 라 트리뷴은 경제학자 가브리엘 지메네스 로슈가 쓴 '재벌 : 원하지 않는 것을 없애려다 소중한 것까지 잃지 말라'는 제하의 칼럼을 통해 재벌 해체론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라 트리뷴은 "이 부회장은 정부가 뇌물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도 제시하지 못한 재판을 받은 후 부패에 대한 사법적인 판단에 근거해 유죄선고를 받았다"며 "이 사례는 한국의 관료주의와 재벌 간의 갈등에 관한 새로운 에피소드에 불과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또 "재벌은 (경제) 성공의 일부분"이라며 "회계 투명성을 개혁하고 조세 인센티브(부작용)를 줄이면 경제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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