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가 지켜야 할 수탁자 책임 원칙)는 과격하지 않다. 온건한 행동주의다. 말 그대로 주인이 맡긴 돈을 관리하는 집사(스튜어드)처럼 행동해야 한다. 그래야 기관투자자가 수탁자 책임을 다할 수 있다. 역할이 주식 보유에 한정돼서는 안 된다. 투자 대상 기업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그런 식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민간 자율규범이 스튜어드십 코드다."
23일 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은 기자와 만나 이렇게 강조했다. 한국거래소가 세운 기업지배구조원은 대표적인 의결권 자문사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기관투자자가 경영 참여를 통해 주주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나라는 2016년 12월 '한국판 스튜어드십 코드'를 공표했다. 국민연금은 올해 하반기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다.
◆"연금 사회주의? 너무 나간 주장"
조명현 원장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둘러싼 오해를 하나하나 반박했다.
그는 보수야당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연금 사회주의로 몰아붙이는 프레임을 만들어냈다고 지적한다. 조명현 원장은 "나가도 너무 나간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국회 정무위원회에 속한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얼마 전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국민연금이 민간기업 의결권을 행사할 때 지분 한도를 5%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스튜어드십 코드 반대론자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거래나 극단적인 주주 행동주의를 우려한다.
조명현 원장은 "연금 사회주의는 국민연금을 정부 의도대로 움직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그러나 그렇게 하면 스튜어드십 코드 위반"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 뜻대로 움직이지 말라고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것"이라며 "합리적으로 수익이 나는 곳에 투자하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공사화해야"
기업지배구조원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공사화하기를 바란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활성화하는 분기점도 국민연금 참여를 꼽는다.
조명현 원장은 "세계 3대 연기금으로 60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 자금운용을 위탁받은 자산운용사는 물론,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 같은 다른 연기금에도 물꼬가 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공사화도 스튜어드십 코드 안착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 기금운용본부 공사화로 정치권력으로부터 완전하게 독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이사장도 정치인보다 비정치인 출신에 맡기라는 지적이 많다.
조명현 원장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여러 국가 대표가 모여 엘리엇 같은 헤지펀드는 왜 참여하지 않느냐고 물었다"며 "덜 공격적이라 가입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만큼 스튜어드십 코드는 온건하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거래는 스튜어드십 코드와 무관하게 하면 안 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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