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 한국을 밝힌 한전…글로벌 전력회사로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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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길 기자
입력 2018-01-2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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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98년 1월 26일 한전의 전신 '한성전기' 설립

  • 다가올 120년 대비 'Smart Energy Creator, KEPCO' 선포

1901년에 준공된 한성전기회사 사옥 [사진 = 한국전력]


1887년 3월 경복궁에 도깨비불이 나타났다.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발명한 지 7년5개월 만이자, 일본과 중국의 궁궐보다 2년이나 앞선 아시아 최초의 전깃불이다.

이를 계기로 개화운동이 확산되면서 전기사업이 본격적으로 전개됐다. 1898년 고종 황제는 전차 및 전등사업과 함께 전화사업까지 허가했다. 같은 해 1월 26일에는 이를 관장할 회사로 한성전기가 탄생했다. 한국전력의 모태다.

26일은 한전이 창립한 지 꼭 120주년이 되는 날이다. 긴 세월 동안 한국의 성장과 궤를 같이한 한전은 국가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며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현재 글로벌 전력회사로 우뚝 선 한전은 다가올 120년, 새로운 역사를 쓸 준비를 하고 있다.

◆ 120년 한전의 발자취··· 한강의 기적을 불러오다

전기가 이 땅에 들어오면서 가장 먼저 일으킨 변화는 교통혁명이었다. 1899년 5월 4일 최초의 전차가 동대문과 흥화문 사이를 달림으로써 우리나라 대중교통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 이는 근대적 대중교통의 시작으로 전력사업의 토대를 마련했다.

일제강점기 시대, 일본은 앞다퉈 전기회사를 설립했다. 그러나 1920년 당시 전국의 전기보급률은 2% 미만에 불과했다.

1920년부터 1931년까지의 일제강점기에 전기업계는 △소규모 배전회사 난립 △전기요금 인하 요구로 촉발된 전기사업의 공영화 운동 △민간기업에서 시작된 대규모 수력자원의 개발과 이에 따라 취해진 총독부의 전기정책 전환 모색 등의 변화를 겪었다.

해방 이후, 정부는 1951년부터 1961년까지 11년간 12차례에 걸쳐 장기전원개발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완성된 발전설비는 모두 13만kW에 불과해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감당할 수 없었다.

당시 조선전업·경성전기·남선전기 등 3개사가 남한에 남아 있었는데, 만성적인 적자 운영으로 전력난이 가중됐다. 정부와 사회 각계에서 전기사업체의 개편이나 통합론이 꾸준히 제기됐다.

1961년 7월1일 한국전력주식회사 설립 [사진 = 한국전력]



이후 1961년 7월 1일 3사 통합으로 주주 978명, 총자본금 38억3572만2000원인 한국전력주식회사가 탄생했다.

한전은 1962년부터 제1차 전원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전력난 타개에 투자의 최우선 순위를 뒀다.

긴급 전력대책으로 추진된 발전함 도입 등 4만9000kW의 설비를 조기 준공하는 한편, △제주내연(1310kW) △삼척화력2호기(3만kW) △부산화력1호기(6만6000kW) 준공 등 장기전력대책 추진으로 1964년 4월 1일 역사적인 무제한 송전을 실시했다. 대한민국 전력난 해소의 순간이다.

1978년은 '제3의 불'로 불리는 원자력 발전시대를 개막한 해다. 같은 해 4월 29일 고리원자력 1호기가 최초로 준공, 원자력발전시대가 열렸다.

초창기 국내 원전 건설은 기술력과 산업기반 부족으로 외국계약자 주도 하에 추진됐다. 이에 정부는 1984년 정부의 원전기술 자립계획에 따라 국내 실정에 적합하고 경제성, 안전성이 우수한 한국표준형 원전 개발에 착수했다.

그 결과, 1998년 한국표준형 원전 1호로 100만kW급의 가압경수로형 원자로인 울진3호기 완공에 성공했다. 이어 1999년에 울진4호기가 완공된 후 영광 5·6호기, 울진 5·6호기도 한국표준형으로 건설돼 원전기술 자립을 이뤘다.

1995년도 한국 전력사에 의미가 깊은 해다. 그해 2월 한전은 필리핀 말라야 화력발전소 성능복구 사업을 수주하며 해외 전력수출의 첫발을 뗐다.

이를 시작으로 1996년에는 필리핀 일리한 복합화력발전소 건설, 운영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이어 중국 산서성 사업 계약체결로 동북아시아 전력허브 구축 토대를 마련했다. 또 요르단·사우디아라비아·멕시코·베트남·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화력 발전사업을 연이어 수주하며 해외사업의 기반을 마련했다.

2009년 12월 27일 UAE원전 수주 [사진 = 한국전력]



2009년 12월 27일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을 수주, 미국·프랑스·러시아·캐나다에 이에 세계에서 다섯번째 원전 수출국 반열에 올랐다. 해외시장 개척 15년 만에 첫 원전 수출이라는 신화를 창조한 것이다.

현재 한전은 글로벌 전력회사로 우뚝 섰다.

2016년 '포브스(Forbes) 글로벌 2000' 순위에서 종합 순위 97위, 전력유틸리티 분야 1위를 달성했다. 글로벌 전력회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100위권 내에 진입, 세계에 위상을 떨쳤다. 100대 기업은 삼성전자와 한전 등 2개뿐이다.

◆ 국가 경제와 함께 전력산업도 급성장

1887년 3월 경복궁에서 7kW 증기발전기 3대로 시작한 발전설비는 수력·화력·원자력 등 대규모 발전설비와 풍력·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708대의 발전기에 총 6만5514MW의 설비용량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규모로 성장했다.

특히 한국전력주식회사가 탄생한 1961년과 비교해보면 성장세는 가히 폭발적이다.
 

[그래픽 = 임이슬 기자]



고객 호수는 79만7000호에서 2250만호로, 판매전력량은 12억kWh에서 4970억kWh로 성장했다.

발전설비 용량은 37만kWh에서 1억587만kWh로 286배, 최대 전력은 31만kW에서 8518만kW로 274배의 성장을 이뤘다.

전국을 잇는 전력 수송체계 구축도 자랑거리다.

송전선로는 1923년 완성된 중대리(강원도)~서울 간 166.9㎞의 66kV를 시작으로, 2006년 말 준공한 울진~신태백 간 46㎞의 765kV 송전선로에 이르기까지 총 2민9276서킷킬로미터(C-㎞) 길이로 수도권과 전국을 환상망으로 연결, 대전력 수송체계를 구축했다.

특히 2002년에 세계 열번째이자 아시아 최초의 765kV 송·변전 설비를, 2004년에는 세계 최초 초대형 해상송전선로를 건설·운영해 세계 최고 수준의 건설프로젝트 수행능력을 보여줬다.

한전은 2016년 세계은행에서 주관하는 '2016년 기업환경평가 전기공급 분야'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아 3년 연속 세계 1위를 달성했다.

◆ 다가올 120년, 새로운 역사 쓰는 한전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며 전력분야가 급변하고 있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기술의 발전과 빅데이터의 등장은 기존 전력산업의 형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미래 전력산업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전력망 △에너지 효율화 △분산형 전원 등이 중심이 될 전망이다.

한전은 이미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Smart Energy Creator, KEPCO'의 비전 하에 단순한 전력공급회사를 넘어 고객의 삶의 질을 높이고 공유경제 생태계를 조성하는 가치창조자로의 도약을 꿈꾼다.

이를 위해 △에너지신산업 모델의 지속적인 발굴 △4차 산업혁명 선도 기업으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 △해외시장을 향한 끊임없는 개척으로 글로벌 가치 창출 △동북아 슈퍼그리드 추진으로 에너지 리더십 확보 △지역과 중소기업 동반성장으로 상생의 에너지 생태계 조성 등을 목표로 삼았다.

한전 관계자는 "100년 넘은 장수기업은 우리나라에서 5개, 세계를 통틀어도 400여개에 불과하다. 기업의 평균 수명이 30년이라는 걸 고려하면 (한전의)120년 역사는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하다"며 "4차 산업혁명과 에너지 전환 등 급변하는 환경에 '혁신과 창의'를 통해 새로운 120년을 맞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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