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최태원 끌고 박성욱 밀고... 연간 영업익 13조 ‘금자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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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18-01-25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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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그룹 제공]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3조원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사상 첫 '영업이익 10조 클럽'에 가입한 것으로 국내 기업으로는 삼성전자, 한국전력에 이어 세 번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지난 2011년 적자에 허덕이던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한지 불과 6년만이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의 과감한 투자와 용병술이 오늘날 SK하이닉스를 만들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5일 경영실적(K-IFRS 기준) 발표를 통해 지난해 매출액 30조1094억원, 영업이익 13조7213억원, 순이익 10조6422억 원, 영업이익률 45.6%로 모든 부문에서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분기 실적도 전 부문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트리플 크라운’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9조276억원, 영업이익은 4조4658억원, 순이익은 3조2195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으로도 전 부문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영업이익률은 49.5%로 제조업에서는 불가능하다는 50%대에 육박했다.

◆ 연간 영업이익 국내 기업 가운데 두 번째로 높아... 과감한 투자 결과
특히 지난해 영업이익만 따지면 국내 기업 가운데 삼성전자(50조원대 추정)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이다. 2011년만 해도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실제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하겠다는 최 회장을 당시 지지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3조원대의 높은 인수금액과 함께 그룹이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신수종 사업이기에 회의적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 회장은 또 다른 미래 먹거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임원을 설득해 2011년 11월 하이닉스 인수하고, SK하이닉스의 본격적인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그는 인수 이후 지난해까지 SK하이닉스에 설비확대와 연구개발(R&D) 등 20조원이 넘는 금액을 집중 투자했다.

특히 최 회장은 원천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13년에는 R&D에만 1조원 이상을 투입하고, 2016년에는 그 액수가 두 배 넘게 증가한 게 대표적인 예다. 그룹 계열사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이며, 매년 확대되고 있다.

2013년 박성욱 부회장(당시 사장)을 중용한 것도 ‘신의 한수’로 평가받는다. 박 부회장은 1984년 현대전자 반도체연구소(현 SK하이닉스) 엔지니어로 입사한 후 이 회사와 풍파를 함께해온 인물로 ‘반도체 최고전문가’로 일컬어진다.

그는 최 회장의 신임에 부응해 SK하이닉스가 위기에 처했을 때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동종 업체들과의 기술·생산성 격차를 크게 확대한다. 이를 바탕으로 박 부회장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연속 사상 최대 이익을 일궈냈다. 2016년 반도체 업황의 부진으로 실적이 일시적으로 줄긴 했으나, 지난해 이를 다시 ‘반전’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박 부회장은 올해도 ‘하이닉스만의 차별적 기반’을 구축해 새로운 판을 뒤흔드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거듭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사진=SK하이닉스 제공]



◆ 세계 반도체업계 순위 3위 굳힐 듯
이처럼 최 회장이 끌고, 박 부회장이 밀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올해 글로벌 반도체시장에서 입지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5년 연간 매출 기준으로 세계 3위에 올랐지만, 지난해에는 퀄컴과 브로드컴에 밀려 5위까지 밀려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3위 자리를 되찾을 것이 확실시된다.

IC인사이츠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2016년 3분기 퀄컴을 제치고 3위에 오른 뒤 지난해 3분기까지 그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에도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해 3위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세계 반도체시장의 지형은 당분간 바뀌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가 2위를 점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시장이 호황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자율주행차 등 최근 주목받고 있는 미래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고성능의 메모리 반도체가 필수적인 요소로 꼽힌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규모는 지난해 465억 달러, 2021년에는 56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존재감이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며 “다만 90%가 넘는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야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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