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의 약(弱)달러 지지 발언이 나온 뒤 미국 달러 인덱스가 3년래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달러 약세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간 달러화 강세를 지지해온 미국 정부가 약 25년 만에 입장 전환 신호를 보임에 따라 수출 주력 분야 등을 중심으로 보호 무역주의에 대한 경계감도 번지고 있다.
24일(이하 현지시간)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 인덱스는 전날 대비 0.95% 내린 89.26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 인덱스가 9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4년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라고 CNBC 등 외신이 전했다. 통상 달러 인덱스가 80포인트 수준대에 진입하면 '장기 달러 하락세'가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를 동반한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미국 달러 인덱스는 이미 지난해 10% 가까이 하락했다. 올해 들어서도 약 3% 하락세를 보이는 등 달러 약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추가 달러 약세 우려에 불을 지핀 것은 므누신 재무장관의 '약달러' 지지 발언이다.
므누신 장관은 이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달러 약세를 환영한다"며 "트럼프 정권이 지향하는 무역 확대 정책과 관련, 미국의 무역 및 기회를 늘려준다는 점에서 달러 약세는 우리에게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약 25년간 유지해온 미국의 '강달러' 우선 정책과 반대되는 것이어서 시장 관계자에 적지 않은 파장을 안길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 1995년부터 달러화 강세가 미국의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는 지적에 따라 강달러 우선 정책을 일관되게 지켜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달러 강세가 유지됐다.
므누신 장관이 "달러 강세가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의 힘을 반영하는 것"이며 "달러화는 기축통화로서 앞으로도 제1의 통화가 될 것"이라는 발언으로 진화하기는 했지만 시장에서는 미국 중심의 보호 무역주의가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미국 제품의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수출 주력 분야에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 수입 제한 조치)를 발동해 관세 부과폭을 인상한 직후 나온 입장이어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때문에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약 18년 만에 다보스포럼을 찾는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 약세를 기반으로 무역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힐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경선 당시부터 미국의 수출 확대를 위해 달러화 가치를 하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편 달러 약세의 영향으로 금값은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4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월물 금 가격은 전날 대비 1.23% 상승한 온스당 1,353.20달러에 마감했다. 이날 금값은 장중 온스당 1,360달러선까지 급등해 지난 2016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을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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